"한국, 성장 정체가 가장 큰 문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성장 정체며, 시장이 개방되는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도 이 같은 정체가 지속될 경우 '제2의 경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IBM은 창립 40주년을 맞아 펴낸 'IBM 한국보고서'에서 "한국이 지금처럼 선진국을 추종하는 모방자 전략을 버리지 않으면 원천기술로 무장한 미국과 일본을 뛰어넘지 못하고, 노동력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한 브릭스(BRICs) 국가들에 추격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순위는 1990년대 이후 20년간 11위권에 머물러 있고, 1인당 GDP 또한 10년 이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IBM은 한국 경제가 활로를 찾고 FTA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일곱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① 초대형 기업을 키워라=국가 경쟁력은 초대형 기업이 좌우한다. 2000~2006년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을 국가별로 보면 한국은 2000년 12개에서 2006년에도 여전히 12개에 머물러 있다. 중국과 네덜란드는 이미 한국을 따라잡았다. 한국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도는 외국에 비해 결코 높지 않은 수준이다.

② 역발상으로 새로운 혁신 기회를 찾아라=혁신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탐색할 때 단일 기업의 시각이나 단일 국가의 이해만을 전제로 접근하면 한계가 있다.

③ 혁신을 보상하라=기업들은 직무 발명에 대한 보상 기준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미래 유망산업 등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인 선행투자를 유도하려면 정부가 고위험 장기투자에 대한 위험을 줄여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

④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특허괴물'에 대비=고위험 투자에 대해 정부가 위험을 분담해 국가적인 연구개발(R&D)의 효율성을 높이고, 정부 출연 연구소와 대학의 기초연구를 유도하는 등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정부가 과감하고 직접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⑤ 인재가 곧 미래 경쟁력=대학교육을 받은 고학력 인력은 계속 늘고 있지만 지식기반 경제에 중요한 혁신인력은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인재에 대한 보상과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인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⑥ 정부는 기업의 조력자로 거듭나야=핀란드.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산업정책을 효과적으로 기획하기 위해 민간에 상당 부분 권한을 위임하고 정부는 조력자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도 산업 발전 전략이나 기술 로드맵을 짤 때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 부문이 적극적으로 주도해야 한다.

⑦ 혁신 한국의 체계를 재정립하라=각개약진형 전략을 버리고 국가 차원에서 혁신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서경호 기자

◆한국IBM은=1967년 당시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이 인구조사 용도로 국내 최초의 컴퓨터인 IBM1401을 도입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25일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메인프레임과 PC회사에서 서비스.컨설팅.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등을 제공하는 통합 솔루션 회사로 탈바꿈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