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인간 심층묘사 요사의 대표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중남미의 대표적 소설가로 꼽히는 페루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68.사진)는 최근 노벨 문학상 단골 후보로 거론된다. 보르헤스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버금가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고, 1990년에는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을 정도로 '엉뚱한' 일면도 있다. 국내에는 '녹색의 집' '궁둥이(원제:계모찬가)'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등이 이미 소개됐다.

바르가스 요사가 81년에 발표한 '세상종말전쟁'은 그의 작품 중 최고로 꼽힌다.

소설은 19세기 브라질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사건을 토대로 한 것이다.

공화국을 악마로 규정하는 광적인 종교집단과 근대화에 역행하는 비이성적 집단을 무조건 적대시하는 공화주의자들이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종교집단의 움직임을 혁명을 지향하는 것으로 짐작하고 혁명의 밀알이 되겠다며 유럽에서 건너온 무정부주의자 갈릴레오 갈, 그리고 종교집단 내부의 평등과 박애주의에 감명받아 이를 펜으로 알리려는 신문기자 등이 전쟁에 끼어든다.

그러나 이야기를 구성해나가는 네 주체를 바라보는 바르가스 요사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평등과 박애주의를 실현해 가장 바람직한 군상으로 그렸어도 됐을 법한 종교집단마저 영악한 선지자가 종교적이고 신화적이며 군국주의적인 상징을 교묘하게 활용해 무력한 인민들을 속이는 부정적인 것으로 의심한다.

소설은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중남미 특유의 마술적 리얼리즘과는 거리가 멀다. 수많은 등장인물의 시시콜콜한 사연을 주저리주저리 이어나가며 좌.우 양 극단으로 제각각 치우친 각 주체들의 대립과 충돌.조우를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잔인하게 그린다.

대립되는 입장 어느 편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고 세계와 인간의 다양한 심층과 국면을 묘사한 점에서 바르가스 요사의 작품 세계는 총체 소설로 평가받는다.

신준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