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규모 「실사」와 큰차/(주)흥양 법원자료로 본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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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법정관리 결정기업/자산절반으로 줄고 빚 2배로/신청전 버젓이 회사채 발행도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의 법원 실사자료가 구체적으로 밝혀져 법정관리의 문제점을 낱낱이 드러내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주)흥양(소형 TV등 제조)은 작년 7월15일 관할 인천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사흘후인 18일 법원으로부터 채무동결조치인 재산보전처분을 받고 4개월 남짓만인 11월23일 법정관리결정을 받은 회사다.
법정관리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법원이 조사위원을 선임,91년 6월말 시점으로 실사한 흥양의 누적적자 규모는 자본금 60억원을 다 까먹고도 2백83억원에 이르렀다.
더욱 문제되는 것은 이 회사가 그동안 대외적으로 공표해온 결산보고서와 법정관리결정에 앞서 법원이 실사한 자료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증권감독원 등에 보고한 90년말 흥양의 총부채는 유동부채 2백83억원을 포함해 4백11억원이지만 법원실사(91년 6월말기준)결과 총부채는 8백2억원이었다. 또 유동자산은 90년말 3백88억원으로 공표됐으나 법원조사에서는 1백87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사이에 유동자산은 절반으로 줄고 부채는 거의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이 회사가 회계장부를 오랫동안 거짓으로 꾸며왔든가 아니면 6개월새 회사자산을 그만큼 도피시켰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최근 3∼4년간 분식회계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같은 분식결산은 아남정밀·금하방직·신한인터내쇼날·영원통신등 부도가 났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거의 대부분의 회사에서 발견됐었다. 특히 법정관리신청직전에 회사채를 대규모로 발행,투자자들에게 「고의적인 손실」을 안기는 일도 흔하다. 흥양의 경우 법정관리신청 9일전인 작년 7월6일 4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삼호물산은 신청 3일전인 지난 3월9일 50억원을 발행하기도 했다. 최근 관계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83년에서 91년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한 회사는 모두 3백27개사인데 이중 신청이 기각된 회사는 17%(57개사)에 불과했다. 웬만하면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얘기다. 또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나 회생하지 못하고 도중에 파산한 기업이 이 기간중 53개사에 달했다는 사실은 법정관리결정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을 뒷받침한다.
법정관리여부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되는 회생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과연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의구심을 낳는다.
전문가들은 『법정관리제도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부실기업의 은신처역할을 하거나 단지 도산을 연장시키는 정도의 기능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한결같이 강조한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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