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위 TV개발경쟁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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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선진국들이 가장 치열하게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분야의 하나인 고품위(HD) TV개발에서 미국이 디지털 방식을 구체화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제너럴 인스트루먼트 사·전신전기회사(AT&T)·제니스 사는 신개발 HDTV를 오는 5월 스페인에서 열리는「92 스페인 엑스포」에 내놓아 그 동안 뒤져 있던 이 분야에서 앞서 나가려 하고 있다.
미국의 전자회사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디지털 방식의 HDTV는 일본에서 수년 전 개발해낸 아날로그 방식보다 한층 실용적이고 앞선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현재 하루 8시간씩 시험방송하고 있는 일본의 HDTV방송인 하이비전의 경우 보다 선명한 화면을 보여주기 위해 매우 넓은 주파수 대역의 채널이 필요하고 따라서 고출력을 가진 위성을 이용해야 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미국·일본·유럽의 선진국들이 HDTV개발 경쟁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웠던 점이 바로 이러한 막대한 크기의 주파수대역 점유로 방송 출력·가정에서의 수신 장치가 복잡하고 거대해지는 것이었다.
디지털 방식은 아날로그 방식보다 훨씬 더 많은 주파수 대역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실용화에 애초부터 회의적이었으나 미국 회사들은 디지털 신호의 압축 기술을 개발해냄으로써 막대한 양의 디지털 정보를 지상전파로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즉 일반 TV정보량의 수백 배에 이르는 HDTV의 디지털화 된 영상·음향신호를 방송송출단계에서 압축한 뒤 각 가정에 보내면 각 가정의 디코더(풀어헤치는 장치)로 이를 다시 풀어헤쳐 TV수상기로 받아본다는 것이다.
이러한 압축기·디코더의 하드웨어 가격은 HDTV수상기가격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 될 것으로 미국 연구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또 화면마다 급격히 변하는 다량의 디지털 신호에 적합한 기기를 개발하기가 매우 어려웠으나 이번 미국회사들이 개발한 방식은 화면 하나 하나를 새롭게 구성하지 않고 앞의 화면에서 미세한 변화 부분만을 교정해 주는 방식을 취하는 획기적 기술이다.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오는 9월 미국 표준 방식을 결정하는 HDTV개발에서 기존 재래식 TV와 되도록 호환성이 있어야 한다는 명분아래 막대한 기술 전자산업 시장인 HDTV시장을 일본에 넘겨주지 않기 위해 일본식 HDTV방식과 다른 형태를 모색해 왔다.
가장 큰 시장이고 가장 많은 소프트웨어 생산 능력을 갖고있는 미국의 HDTV방식이 결정되면 실질적으로 전세계의 HDTV방식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동화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이번 개발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다.
이번 미국의 HDTV 새 기술 개발로 그간 막대한 연구투자를 해온 일본은 큰 타격을 받게 됐다. < 채규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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