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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안중근 의사 추모붐/82주기맞아 대형오페라 공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연구회발족,동상·기념관건립도 추진/경제 교류 활발해지며 관심 높아진듯
1909년 안중근 의사가 한국침략의 원흉 이등박문을 저격한 역사적 장소인 중국 흑룡강성 하얼빈에서 최근 중국인들에 의해 안의사의 일대기를 그린 대형오페라가 공연되는등 안의사 추모 붐이 크게 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중국 하얼빈시의 초청으로 「오페라 안중근」을 관람하고 최근 내한한 미주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회장 윤경학 목사(75·LA거주)에 의해 알려졌다.
윤목사는 안의사에게 거사자금을 조달하는등 중국과 시베리아에서 독립운동을 해 90년 정부로부터 건국훈장을 받은 고윤능효 선생의 차남이다.
『흑룡강성과 하얼빈 일대에서 안의사는 조선족만의 영웅이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추앙을 받으면 국내에서도 시도된바 없는 대형오페라가 중국관리들에 의해 계획돼 무대에 올랐겠습니까.』
윤목사에 따르면 안의사 순국 82주년(1910년 3월26일 여순감옥에서 처형)을 추모하는 『오페라 안중근』이 지난달 26,27일 하얼빈시 북방극장에서 하얼빈시 문화국주최로 성황리에 공연됐다는 것이다.
안의사의 독립군활동과 이등박문 저격,죽음 등을 6막으로 꾸민 1시간30분짜리 이 오페라는 1백80여명의 중국인배우등 출연진이 6개월동안 준비해 무대에 올렸다는 것이다.
오페라 곳곳에서 『아리랑』등 국내 노래가 삽입됐다.
매회 공연마다 1천여명의 관중이 입장한 이 오페라에는 흑룡강성 성장등 중국관리와 윤목사등 해외 인사,안춘생 독립기념관장이 초청됐고 북한측 인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또 26일 오페라 공연에 앞서 하얼빈시 가극원과 현재 조선족예술관 공동주최로 학자 및 저명인사 1백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안의사추모 학술발표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밖에 최근 안중근 의사연구회가 발족됐고 동상·기념관건립도 하얼빈시와 조선족인사들에 의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이 안의사 추모붐이 일고 있는 이유중의 하나는 최근 한중경제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현지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
특히 조선족이 1백만명이상 살고 있는 흑룡강성의 경우 한반도와 중국대륙침략의 원흉을 사살한 안의사를 양국 모두의 영웅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양국의 친밀도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최근 몇년사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
『중국측은 한국에서 「오페라 안중근」을 공연하고 싶어 하더군요. 실현만 된다면 한중관계 개선에 큰 계기가 될 것입니다.』
윤목사는 『미국으로 돌아가 교포들을 상대로 모금운동을 전개,중국현지의 동상건립과 오페라단의 한국·미국순회공연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일본이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재무장하고 있는 최근 국제정세로 볼때 안의사는 한중사이를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목사는 또 『하얼빈시에서는 조선족학자들의 노력으로 우리민족뿐만 아니라 중국인들도 대부분 안의사를 알고 있었다』며 『오히려 최근 국내에서 안의사 추모행사가 뜸해진 것같다』고 아쉬워했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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