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선거 “언제 하나” 정부 고심/정치쟁점으로 부상에 큰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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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야서 “법대로 실시하자” 파상공세/14대 국회서 6월전 법개정 난관
총선 이후 정치쟁점으로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선거 문제로 정부가 크게 고심하고 있다.
지난 1월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14대 총선에 민자당 공약으로 내걸어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며 연기를 선언했던 단체장선거 문제가 민자당의 총선패배 직후부터 야당측 정치공세의 표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측은 기회있을때마다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6월말 이전에 「법대로」단체장 선거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국민당측도 대통령선거와 동시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측의 고민은 14대 국회에서 지방자치법이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단체장 선거를 연기할 경우 과연 언제 실시할 것인지등 두가지.
정부측은 우선 단체장 선거연기 문제가 지난 총선에서 거의 쟁점화되지 못했었고,민자당이 선거에서 패배했다하나 대통령의 약속대로 단체장 선거연기 여부는 14대 국회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6월말 이전 지방자치법이 개정되지 않고 단체장 선거도 실시되지 못했을 경우 대통령 탄핵소추의 요인이 되기 때문에 14대 개원국회,또는 그 직후의 임시국회에서의 6월말 이전 지방자치법 개정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입장에는 5월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14대 국회가 만약 단체장 선거를 「법대로」 실시토록 결정한다 해도 6월말 이전 광역·기초단체장 선출을 위한 두차례의 선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에 반해 민주당측은 단체장선거를 대통령선거 전략과 연계,정치공세는 물론 국회에서의 지방자치법 개정을 적극 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정부·여당과 민주당간에 타협의 여지가 거의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회에서의 지방자치법 개정을 놓고 물리적 충돌,「날치기 통과」가 예견된 수순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정부의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의 또다른 고민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지방자치사는 연기의 역사」라는 오명을 무릅쓰고 단체장선거를 연기할 경우 과연 언제 실시할 것인가하는 문제. 지난해말부터 단체장선거와 관련한 각계 여론을 들어온 내무부는 일단 단체장선거가 지방의원선거와 동시에 실시되고 국회의원선거와의 중간선거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마련해 놓고 있다.
즉 한해에 광역의회의원과 단체장,기초의회의원과 단체장을 각각 동시선거로 선출하고 국회의원선거와 2년 간격을 두어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가능한 대안으로 ▲94년 단체장선거,95년 임기 3년의 의원선거,98년 동시선거 ▲95년 임기3년의 단체장·의원 동시선거,98년 동시선거 ▲95년 임기3년의 의원선거,98년 단체장·의원 동시선거 일정을 일단 고려하고 있다. 이들 대안은 결국 단체장선거를 2∼6년 연기한다는 뜻이다.
이들 대안중 지난해 12월 열린 한국지방자치학회 세미나에서 명지대 정세욱 교수는 제1안을 제시했었다. 또 노대통령도 연두기자회견에서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1∼2년 연기안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내무부측은 단체장선거 일정을 가능한한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늦출수만 있다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는 96년 이후,지방의회가 2기 임기를 마치고 어느정도 경륜을 축적한 98년에 단체장 선거를 실시하면 동시·중간선거 형태를 무리없이 충족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다.
내무부측은 이밖에도 기초단체장선거를 우선 실시하고 몇년후 광역단체장선거를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방안,단체장 선거를 길게 늦출 경우 단체장 임명때 지방의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대상에 넣고 있다.
내무부측은 지난 총선에서 단체장선거 연기 문제가 크게 쟁점화되지 못한 것은 잇따른 선거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정치과잉 문제 등이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단체장선거를 언제 실시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국민여론 등을 감안,14대 국회가 결정하게 될 것이지만 「지방자치 연기의 역사」가 무한정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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