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음악의 "맥" 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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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해방 전까지 일본음악에 짓눌리고 이후 미국 음악에 의해 비틀어진 근대 한국음악의 왜곡된 현실에서 꿋꿋이 흐르는 민중적 정서를 담은「우리 음악」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반에 음악으로 여겨지는 서양식(고전)음악과 상업음악과는 다른 차원에서 저류에 흘러온 민중 음악을 찾고 계승하는 것을 꾀하고 있다.「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노동은·김창남·강헌씨 등 음악연구자들은 1920년대 창가 이래로 우리 대중들의 정서를 지배해온 음악의 맥을 조망하고 진정한 한국음악의 정체성을 모색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음악을 고급음악(가곡과 클래식)·대중음악(대중가요와 팝송)·민중음악(민요와 운동가요)의 세 갈래로 나누어 이 음악 장르들이 시기별로 대립, 타협하며 흘러왔다는 점을 부각시켜 궁극적으로 민족음악을 위한 양식적 대안을 창출해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노찾사」는 이를 위해 21일부터 5월 6일까지 학전소극장에서 다큐멘터리형식의 음악극『끝나지 않는 노래-한국 근·현대 노래 80년 역사』를 구성해 무대에 올린다.
단순한 노래공연이 아닌 음악극 형식을 취한 이유는 일제 강점기로부터 현재까지 음악과 우리 사회상황과의 관계를 간과할 수 없으며 그 상호작용을 입체적으로 표현해보기 위한 것이다.
또 일제시대부터 80년대까지 그 시대를 대표하는 대중음악(『사의 찬미』『목포의 눈물』『럭키 서울』『살짜기 옵서예』『그건 너』『아 대한민국』『호랑나비』등), 고급음악( 『산유화』『고저 명태』등), 민중음악(『해방의 노래』『진달래』『금관의 예수』『임을 위한 행진곡』『광야에서』등)을 선곡해 극적인 구성으로 시대적 흐름을 표현하려하고 있다.
이 행사의 연출과 대본을 맡은 음악평론가 강헌씨(영상기획「장산곶매」대표)는『파행과 소비성만으로 치닫는 우리 대중음악의 원류를 짚어보고 주체적·비판적으로 계승하는 일이 시급한 현실』이라며『그 구체적인 형태로 무대에서 열매맺고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이 이번 공연의 의의』라고 지적하고 있다.<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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