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현상 호흡기질환 부채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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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봄철에 심한 황사바람이 호흡기질환자수를 두 배 가까이 늘려놓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은 연세대 보건대학원 정용 교수 팀이 서울·광주·수원·마산·진주 등 5개 지역 11개 병원의 내원 환자 1만2천여 명을 대상으로 황사기간 전후 호흡기질환자수를 표본 조사한 걸과 밝혀졌다.
황사가 있었던 88년과 황사가 없었던 89년을 비교한 이 연구에서 황사시작 전 호흡기환자 수는 전차 환자의 11%선이었으나 황사가 시작된 후는 19%내외로 환자수가 급증하는 현상을 보였다.
질환별로는 감기가 가장 극성을 부려 전체 호흡기질환자 중 25%가량을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만성기관지염(7%)·급성 편도선염(2%)·천식 등의 순서이었다. 호흡기환자 발생에서의 이 같은 양상은 조사지역별로 비슷한 경향을 보여 한반도 전체를 덮는 황사의 영향을 실감케 하는 것이다.
황사는 주로 3∼5월 발생하며 4월 중순에 특히 심하다. 중국 내륙의 고비사막 부근 날씨가 건조해지면 저기압에 의해 토사가 공중으로 상승해 편서풍을 타고 우리 나라로 이동해온다.
특히 최근 황사가 문제시되는 것은 황사의 이동경로 중 중국 동북부의 공업지대가 포함돼 있어 각종 오염물질까지 동반된 상태로 한반도에 넘어 들어오기 때문이다. 과거와는 달리 황사의 성분 중 비소·바나듐·셀레늄 등의 농도가 최근 수년 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국의 오염물질 유입 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황사로 인한 호흡기질환은 예방도 불가능할뿐더러 최근 도시지역의 대기오염과 어우러져 더욱 악성이 되는 경향이 있다. 서울대의대 김건열 교수(호흡기내과)는 먼지와 아황산가스·질소산화물 등이 최근 호흡기질환의 주범으로 등장하고 있다』며『이런 가운데 불어오는 황사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호흡기질환자를 급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먼지와 아황산가스는 호흡기의 상피세포를 집중 공격해 섬모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기관지 등을 수축시켜 질환을 발생시킨다. 정용 교수 팀의 이번 연구에서도 황사기간 중 먼지농도는 평균 8백20mg(입방m당)으로 나타나 연간 기준치 1백50mg을 훨씬 웃돌았다. 김 교수는『황사기간 중 마스크를 쓴다든지 집안의 창문을 잘 닫아두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며『폐기종·천식·기관지염 등 만성호흡기질환자는 이 기간 중 되도록 외출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교수는『이번 연구에서 황사기간의 먼지 중 암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돌연변이원성물질의 농도가 1.6배 가량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특히 중국의 공해물질유입 등과 함께 폐암 등 각종 암 발생에 이들 물질이 끼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사는 또 각막염·결막염 등 각종 눈병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황사기간 중 보안경 착용 등이 권장되고 있다.<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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