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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조승희, 전기톱·총 등장하는 희곡 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 캠퍼스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조승희(23)씨는 평소에도 이상한 행동으로 주목을 받았고, 급우들 사이에선 '왕따'나 다름없을 정도로 외톨이였던 것으로 보인다.

범인 자신을 포함, 33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격의 사건 이후 국내외 언론은 조승희씨가 왜 그런 끔찍한 사고를 일으켰는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사건을 둘러싼 의문점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가 평소에도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가 재학한 버지니아공대(버지니아텍) 영문과학장 캐롤린 루드 교수는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조승희의 '창작 글쓰기' 수업을 담당했던 루신다 로이 강사가 '조 때문에 매우 골치아프다(troubled)'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루드 교수는 "그에겐 여러가지 석연찮은 게 있었다"고 전했다. "창작 글쓰기란 건 여러가지를 드러내는데 때로 그게 창의적인 건지, 뭔가 묘사하는 건지 알 수 없다"며 "조승희는 이와 관련, 상담 서비스를 권유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게 언제였는지 결과가 어땠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창작 글쓰기 내용과 점수 역시 개인정보보호를 들어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로이 강사는 ABC 뉴스와의 회견에서 "조씨의 작문에는 명시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수면 아래에는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다"며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봐온 사람 중에서 제일 심각한 외톨이였다"고 말했다.

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조씨의 기숙사 룸메이트 조지프 오스트(전기공학.2년)는 조씨와는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지냈으며 같은 방으로 옮기게 됐을 때 무슨 일인지 그는 경영학 전공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기억했다.

특히 조씨는 항상 컴퓨터 앞에 앉아 록, 팝, 클래식 등 각종 음악을 감상했다는 것. 오스트는 "그(조승희)는 음악을 다운로드 받느라 많을 시간을 보내곤 했다"고 회상했다. 조씨가 응시점이 없이 자신의 책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고 한다.

더욱이 조씨는 어떤 남자친구나 혹은 여자친구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조씨는 자기 방에 어떤 장식을 하거나 포스터, 사진 액자 등을 걸어놓지 않았으며 랩톱 컴퓨터과 서적, 옷이 전부였다는 것.

오스트는 2-3차례 그에게 말을 붙이려 시도했다면서 "그러나 그는 한마디 답변만을 주었고 대화를 하려 고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면과 동시에 영문학 전공의 조씨가 희곡 과제물 작성 등 평소 학업 과정에서도 이상한 인물이었다는 점이 뚜렷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버지니아텍 영문학 전공 4학년 여학생 스태파니 데리는 저명한 에드 폴커 교수가 가르치는 희곡 수업을 조씨와 함께 들었다. 데리는 "그의 희곡은 정말로 병적으로 음울했고 괴기했다"고 회상했다.

데리는 조씨의 희곡이 의붓아버지를 혐오하는 아들에 관한 것이었다며 "소년인 이 아들이 전기톱을 마구 집어던지며 의붓아버지를 망치로 공격하는 그 희곡은 소년이 폭력적으로 아버지를 질식사시키는 것으로 끝난다"고 전했다.

그와 함께 희곡 작문 과목을 수강한 이안 맥팔레인은 자신의 블로그에 지난해 가을학기 조씨가 '리처드 맥비프' '미스터 브라운스톤'이란 두 편의 희곡을 썼으며 학생들끼리 돌려보고 평가를 해주었다고 밝히고 "그의 희곡은 마치 악몽과도 같이 끔찍한 폭력과 무기가 등장하는 등 매우 삐뚤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조씨의 희곡 내용이 너무 끔찍한 나머지 동료들이 매우 조심스럽게 논평해 주었으며, 교수조차 조씨에게 최종 논평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

맥팔레인은 사건 직후 범인이 아시아계로 알려지자 동료들도 조씨를 범인으로 떠올렸다고 말하고 심지어 자신은 조씨가 권총을 들고 강의실로 들어올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까지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씨가 평소 동료 학생들의 접근에도 불구, 일절 어울리지 않았으며 매일 시간에 맞춰 수업에 나타나 과제물만 제출했었다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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