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re you 한 뒤 탕탕탕 … 총알 오른쪽 가슴·팔 스쳐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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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이 강의실로 갑자기 들어와 바로 총을 쏴 대기 시작했다. 한눈에 아시아계라는 건 알 수 있었으나 마스크와 모자를 써 얼굴은 알아보기 어려웠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으로 한국 학생 중 유일하게 부상을 입은 박창민(27.사진)씨는 인터뷰 내내 공포에 사로잡혔던 당시를 회상하며 끔찍한 기억에 몸서리쳤다. 한양대를 졸업한 박씨는 지난해부터 버지니아공대에서 토목공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부상을 입고 현재 대학 인근 몽고메리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조만간 퇴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 의료진은 "총알이 박씨의 오른쪽 가슴 아랫부분과 오른쪽 팔 밑을 스쳤다"며 "박씨가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절대 안정이 필요한 상태"라고 밝혔다. 다음은 박씨와의 일문일답.

-범인이 교실에 들어왔을 때 상황은.

"전공 과목인 응용수리학 수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강의실에는 15명 정도의 학생이 있었다. 한국 학생은 나 혼자였다. 나는 맨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범인은 권총 2정과 탄창 여러 개를 들고 나타나 교수에게 먼저 총을 쏘고, 그 다음 학생들을 향해 난사했다. 순식간에 강의실이 피범벅이 되었고,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범인 인상 착의는.

"밤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안경을 썼고 검은 재킷을 입었던 기억은 난다."

-비교적 가벼운 부상을 입었는데.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경황이 없었다. 반사적으로 엎드렸는데 총알이 오른팔을 스쳐 갔는지조차 몰랐다. 오른팔 삼두박근 근처라고 하는데 다행히 뼈는 다치지 않았다."

-옆 교실에서도 총격을 가했는데.

"범인은 독일어 수업을 하고 있던 옆 교실로 가 다시 총을 쏘기 시작했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어렴풋이 들은 바로는 범인은 독일어 교실에 들어가 '안녕, 잘 지냈니(Hi, how are you?)'라고 인사했던 것 같다."

-총격이 끝난 뒤에는.

"범인이 총을 난사하고 조용해진 뒤 한참 후에야 경찰이 들어왔다. 경찰이 상태가 괜찮은 사람에게 손을 들어 보라고 했을 때 나를 포함한 세 명만이 일어났다. 나머지 학생들은 모두 책상이나 땅에 엎드려 있었다. 이들이 모두 죽었거나 중상을 당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블랙스버그=홍알벗.박진걸 워싱턴지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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