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총기 난사' 범인은 한인 1.5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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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공대(버지니아텍)에서 16일 오전(현지시간)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 용의자를 포함해 33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부상했다. 용의자는 이민 1.5세인 한국계 조승희(23.사진)씨로 확인됐다. 이 대학 영문과 4학년인 조씨는 미국 영주권자로 국적은 한국이다.

두 자루의 권총을 든 조씨는 이날 오전 7시15분 대학 기숙사에서 학생 2명을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오전 9시45분쯤 800m 떨어진 공학관(노리스 홀) 강의실 두 곳으로 침입해 다시 총을 난사했다. 공학관에서만 교수를 포함해 모두 30명이 숨졌다. 조씨는 강의실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자살했다. 그러나 미국 경찰은 "기숙사와 공학관 두 곳에서의 살인사건이 다 조씨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역대 미국 캠퍼스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 중 최악이다. 지금까지 최대 사건은 1966년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사건으로 사망자는 15명이었다.

뉴욕 타임스는 "범인이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아 학교 기숙사를 뒤지다 총을 마구 쐈으며, 자신도 끝내 자살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번 참사를 '학살(massacre)'로 표현했다. 한인 학생 중 유일한 부상자인 박창민(27.토목공학 석사과정 1년)씨는 "범인이 갑자기 강의실로 들어와 교수님을 쏜 뒤 우리를 향해 권총을 마구 갈겨댔다"고 사고 당시를 증언했다.

이 사건으로 미국 사회는 말할 수 없는 충격에 빠졌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애도 성명을 내고 "미국 전역에 일요일인 22일 일몰 때까지 조기를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버지니아공대는 일단 이번 주말까지 모든 강의를 휴강하기로 했다.

블랙스버그=강찬호 특파원, 홍알벗.박진걸 워싱턴지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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