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후보 자격(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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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의 경우 대통령후보 물망에 오르면 제일 먼저 국민의 심판을 받는게 사생활이다. 그중에서 특히 여자관계의 스캔들이 폭로되면 치명상을 입는다.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그런 스캔들로 일찌감치 대통령의 꿈을 버렸고,게리 하트 상원의원은 지난번 선거전에서 후보지명 직전 여자관계가 들통나 도중하차한 적이 있다.
이번 미국대통령선거의 민주당후보로 나선 클린턴 의원도 여자관계가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바람에 한때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만큼 미국인들은 공직자들의 사생활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미국의 대통령이 모두 그렇게 도덕군자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아이젠 하워 대통령은 비서와 스캔들이 있었고,케네디 대통령은 세상이 다 아는 바람둥이였다. 그럼에도 미국인들은 루스벨트에게 4선의 영광을 안겨 주었다. 그들은 훌륭한 남편이 꼭 훌륭한 지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 것일까.
그야 어쨌든 그 루스벨트를 저명한 언론인 존 건서는 미국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의 용기와 결단,인내심,분별력,이상주의와 확고한 신념,그리고 국민들의 마음속에 뚜렷한 목표를 심어주는 힘을 건서는 높이 평가한 것이다.
14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우리의 정치권에도 대통령선거의 열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특히 집권 민자당은 대통령후보선출을 위한 5월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간에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통령후보자격요건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87년 중앙일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신뢰성」을 꼽았다. 건강(18.9%),소속정당(11.4%),식견(10.5%)에 비해 신뢰성을 56%로 꼽은 것은 우리 국민들이 그만큼 정치인들을 불신하고 있다는 증거도 된다.
신뢰를 주는 정치,다른 것은 다 놓아두고 국민들은 그것 하나만이라도 성취되기를 염원하고 있다.<손기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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