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여 년 만의 첫 국제회의=알리 압둣살람 트리키 리비아 외무부 부장관은 "이 회의에는 미국.영국.수단.차드.에리트레아와 아프리카연합(AU) 및 유럽연합(EU) 대표들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표가 리비아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1981년 리비아 여행 금지조치 이후 20여 년 만이다. 미국은 리비아의 대량살상무기 포기 선언이 나온 이듬해인 2004년 2월 여행 금지조치를 해제했다.
리비아는 현재까지 20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약 2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다르푸르 사태의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범아랍 일간지 '알하야트'는 15일 "리비아가 국제사회로 완벽한 복귀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수단의 다르푸르 문제를 최대 외교현안으로 제시한 것을 고려한 리비아의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 미국 역할 지지=알자지라 방송은 15일 "이번 리비아 정부의 발표는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의 방문을 고려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네그로폰테 부장관은 53년 존 포스터 덜레스 국무장관 다음으로 리비아를 방문하는 미국의 최고위급 인사다.
수단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리비아의 카다피는 그동안 다르푸르 사태를 아프리카와 아랍권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기면서 미국의 개입을 반대해 왔다. 그러나 네그로폰테 부장관의 방문을 계기로 리비아는 미국의 역할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현재 수단을 방문 중인 네그로폰테 부장관은 리비아에서 카다피를 만나 아프리카 북부 지역의 2대 분쟁으로 꼽히는 다르푸르와 소말리아 사태를 놓고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 다르푸르 사태는
수단 서부 다르푸르 지역에 살고 있는 기독교계 흑인 원주민과 아랍계 유목민 간의 갈등과 분쟁으로 빚어진 인권 유린과 대량학살 사태. 종교와 문화가 다른 이들은 물과 토지 소유권 등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대립해 왔다. 2003년 2월 흑인 원주민으로 구성된 '수단 해방군(SLA)' 등 반군 조직들이 차별에 항의하며 아랍계가 장악하고 있는 중앙정부를 상대로 무장봉기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정부의 후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가 반군 소탕작전에 개입하면서 '인종청소' 양상으로 비화됐다. 잔자위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흑인을 무차별 살해하고 부녀자 성폭행과 방화 등 인권유린을 자행했다. 유엔은 지난 4년 동안 20만 명 이상이 희생됐으며, 2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