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70년대 들어 한국문학에 관심"|「8·15이후 일본에서의 수용…」강연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일본은 한국현대문학을 어느 정도 평가하고있으며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저질·대중 왜색문화가 깊숙이 침투, 경계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그 문화의 핵이랄 수 있는 일본문학을 우리는 어떻게 수용해야할 것인가.
한일문화교류기금은 17일 오후 4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8·15이후 일본에서의 한국문학 수용의 자취」를 주제로 한 강연회를 가졌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씨의 사회로 열린 이날 강연회에는 문인·출판인·일반시민 등 2백여명이 참석, 주제발표와 질의토론을 통해 한일문학교류의 현황을 살피고 그 전망을 모색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재일교포 문학평론가 안우식씨(일 교대강사)에 따르면 90년대 들어서면서 일본은 한국문학에 있어서의 토속성이나 정치성을 넘어 문학성에 눈뜨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는 『60년대 말까지 일본은 한국문학을 식민지시대의 문학으로만 취급했다』며 따라서 그 수용도 『변태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안씨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53년 황순원씨의 『학』을 시작으로 70년까지 일본에서 번역, 소개된 한국소설은 층 1백27편. 그러나 상업출판 된 것은 10편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작품이 재일교포가 펴내는 신문·잡지 등에 소개돼 일본인들에게 거의 읽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70년대 들어 ▲일본문인 주축의 「조선문학의회」발족 ▲조총련에서 탈퇴한 지식인들의 잡지 『삼천리』발간 ▲필화사건으로 투옥된 김지하씨 등에 대한 관심이 맞물려 돌아가며 일본에서는 한국문학 소개의 전환기를 맞이했다고 안씨는 밝힌다. 그러나 이 기간 중 김지하씨의 저항적 시나 황석영씨의 소설 등만 주로 읽혀 문학성보다는 정치성을 선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면서 일본의 유력문예지 『신조』 등에서 한국문학을 소개하기 시작하고 매스컴에서도 한국문학에 대한 평을 가하고 있어 『이제일본에서도 우리문학이 세계의 앞선 문학 중 하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안씨는 밝혔다.
안씨는 이어 질의토론에서 『일역에 오역이 많고 이제 정치색 짙은 작품은 안 읽히니 작품성으로 승부하는 작품을 훌륭히 번역, 소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강연회에 참석한문학평론가 임헌영씨는 『일본에는 아직까지 우리문학을 일본의 한 지방문학으로 보는 경향이 남아 있다』며 『일본인들의 그런 식민의식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입맛에 맞는 토속적·서정적 문학성을 좇는 작품보다 민족의식이 배있는 작품소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일본문학 수용태도.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이 대형서점 추리·SF소설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일본의 대중소설이 번역돼 국내에서 읽히고 있으며 출판사들이 일본대중소설에 눈을 돌리고 있는게 문제다.
국내에서는 주로 『대망』 『제국의 아침』 등 일본의 기질을 극명히 드러낸 역사소설이나 『빙점』 등 대중소설들만 읽힐 뿐 본격문학은 거의 소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비디오·만화·가요 등 대중 왜색문화와 다를 바 없는 일본대중문학이 속속 상륙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단이나 출판계는 일본 독자공략도 중요하지만 우선 국내 독자보호에 신경을 써야될 것이라는게 이날 강연회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다. <이경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