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대구 세계육상 유치한 주역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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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그룹으로 재도약하겠습니다."

다음달 창립 60주년을 맞는 대성그룹 김영훈(55.사진) 회장은 세계 시장을 겨냥해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룹은 2001년 태양열과 풍력을 함께 이용하는 '솔라윈(SolaWin)' 복합발전시스템을 개발해 일조량이 많고 바람이 세게 부는 몽골에서 상용화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김 회장은 "몽골과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에너지 수요가 적은 동남아.아프리카 국가들도 앞으로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할 것인 만큼 진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대성그룹은 에너지 사업의 해외 진출과 함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콘텐트와 포털 사업을 정력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 분야의 핵심은 지난해 인수한 코리아닷컴이다. 김 회장의 영어 명함에는 그룹 계열사 이름이 죽 나열돼 있는데 코리아닷컴만 눈에 띄는 파란색 글씨로 처리했다. 그만큼 애정과 관심이 많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5월 창립 기념일 즈음에 코리아닷컴 서비스를 대폭 개편할 계획이다. 향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포털로 클 수 있도록 그룹 역량을 쏟아부을 작정이다.

김 회장은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 오던 바이넥스트 창업투자와 대성닷컴을 통한 영화.게임.출판 등 콘텐트 사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글로벌 활동이 많은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 세계에너지협의회(WEC) 아시아.태평양지역 부회장을 맡고 있는 것을 비롯해 아태경제협력체(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위원, 한.몽골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한.미 재계회의 위원 등 공식적인 글로벌 직함만도 6개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도 5년째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김 회장은 3월 세계육상경기대회 대구 유치를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유치위 부위원장을 맡았다. WEC 부회장을 맡으면서 쌓아온 에너지 인맥을 발판으로 2013년 세계에너지협의회 총회의 대구 유치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에너지 분야의 유엔'으로 불리는 민간 부문 최대의 에너지 국제회의인 WEC 총회를 유치할 경우 5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대성그룹의 첫 사업이 1947년 시작한 칠판 제조업이었다고 했다. 창업주인 고 김수근 명예회장은 칠판을 만드는 '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나중에 국내 최초로 규모 있는 연탄공장을 설립했다. 창업주가 2001년 타계한 뒤 아들 삼형제가 각각 독립 경영을 하고 있다. 그룹 주변에선 장남.차남.3남이 이끄는 그룹을 각각 1군.2군.3군으로 부른다. 김영훈 회장은 창업주의 3남이다. 1군과 3군 모두 그룹 명칭을 '대성그룹'으로 쓰고 있다.

서경호 기자

◆김영훈 회장은=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거쳐 미국 미시간대에서 법학.경영학 석사를, 하버드대에서 신학 석사를 받았다. 88년 대성산업 상무로 시작해 대성그룹 기조실장, 대성산업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쳤다. 틈나는 대로 활터를 찾는다. 집과 사무실에도 활터를 마련해 놓을 정도로 국궁을 좋아한다.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고, 한 걸음 물러서서 다시 점검한 다음, 결정적인 순간에 추진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활과 경영은 유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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