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과 불교의 접목 "한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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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내 최초의 창작국악교성곡 『보현행원송』이 중앙국악관현악단과 5백명의 불교신도합창단에 의해 오는4월2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초연 된다.
부처의 공덕을 성취할 수 있는 방법 열 가지를 쉽게 풀어쓴 광덕 스님의 시에 박범훈 교수(중앙대)가 곡을 붙인 이 교성곡은 서장과 제1, 제2장으로 구성된 1시간30분짜리 대작.
기독교가 국악성가운동이라든가 성경을 판소리화 하는 등의 작업을 꾸준히 벌여온데 비해 정작 국악과 문화적 뿌리가 한결 가까운 불교계에서는 찬불가조차 피아노 반주로 부르는 등 오히려 국악과 소원한 관계였던 상황이어서 이번 공연은 더욱 관심을 모은다.
「보현행원」의 갖춘 이름은「대방광불 화엄경 입부사의 해탈경계 보현행원품」.화엄경 80권 밖의 별행본으로 화엄경의 진면목이 담긴 이 내용을 광덕스님이 쉽게 풀어쓴 것을 계기로 박 교수에게 작곡을 의뢰한 것이다.
지난겨울 2개월 동안 전남 구례군 피아골의 한 사찰에 칩거하면서 이 대작을 완성한 박 교수는 『현재의 창작국악곡들이 지나치게 서양식 일변도로 흐르는 터에 국악과 불교의 본격적인 만남을 시도하게돼 기쁘다』고 말한다.
우리민족문화 속에 깊이 융해되어 있는 불교와 국악의 접목은 이 시대 문화운동의 중요과제인 「민족음악」의 길을 모색하는데 중요한 전환점이 되리라는 것이다.
이 교성곡 창작·발표 추진위원장 송암 스님은 『국악관현악과 혼성 4부 합창 및 춤이 한데 어우러질 이번 공연은 한판 중생굿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조선시대이래 점차 「행동」을 잃어온 우리 불교가 부처의 가르침 실천운동에 나서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는 마음으로 이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 그는 또 『「보현행원」은 선재동자가 53명의 선지식을 찾아다니다 마지막에 보현 보살을 만나 깨치게 되는 최고·최상의 열 가지 항이므로 연주회에 출연하는 5백명의 신도들이 연습자체가 곧 수행이기도 하다는 마음가짐으로 놀라운 열성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 공연에서 디딤무용단이 선보일 나비춤·바라춤 등의 범무를 안무하는 국수호 교수(중앙대)와 효과적인 연등 및 촛불활용으로 「소리의 시각화」를 다짐하는 연출가 손진책씨(극단 미추 대표)는 작곡·지휘를 맡은 박 교수와 더불어 대형마당놀이·뮤지컬 등에서 여러 차례 함께 작업하며 화제작을 만들어온 「3인조」. 송창식·김성녀씨가 독창자로 나선다.
한편 『보현행원송』발표추진 위원회는 이번 공연실황을 음반으로 만들어 보급하고 각 지방의 요청에 따라 대구·부산·광주 등 순회공연도 가질 계획이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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