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blog] 야구 롯데, 농구 KTF 선전에 관중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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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001년 봄. 당시 프로축구 K-리그는 정규리그를 시작하기 전 컵대회를 했습니다. 3만 석인 구덕운동장을 홈으로 쓰던 부산 아이콘스(현 아이파크)는 결승까지 승승장구했습니다. 만원 관중은 연일 '부산갈매기'를 목청 높여 불렀습니다. 열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직후에 절정이었습니다. 송종국(현 수원 삼성)을 보러온 팬들 중 상당수는 표를 구하지 못해 돌아갔을 정도였으니까요.

2007년 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개막 3연전을 '싹쓸이'했습니다. 10일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홈 개막전은 평일임에도 입장권 3만 장이 매진됐습니다. '부산갈매기' 노랫소리와 신문지 응원은 당연히 등장했죠.

프로농구에서는 부산 KTF가 6강 플레이오프에서 안양 KT&G를 제치고 처음으로 4강에 진출했습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창원 LG에 2승1패로 앞서 챔피언결정전 진출도 유력해 보입니다. 6강 플레이오프 땐 1만 관중을 넘겼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4일 부산 아이파크의 홈 개막전 관중은 8700여 명이었습니다. 홈구장인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 관중석은 5만3000석입니다. 11일에는 4200여 명, 21일에는 1100여 명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실내경기인 농구 관중에도 한참 못 미칩니다. 지난 시즌에는 세 자리 수 관중(6월 3일 인천전, 987명)도 기록했으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닐 텐데, 요즘 부산 구단은 절치부심 중입니다.

"셋이 함께 못할 땐 몰랐는데, 둘(야구.농구)이 잘나가니…." 부산 구단 관계자의 푸념입니다.

스포츠계에서는 부산을 구도(球都)라 부릅니다. 스포츠(특히 구기)에 살고, 스포츠에 죽는 도시입니다. 부산은 프로스포츠에 있어 정말 매력적인 연고지입니다. 구단들도 잘 압니다. 조금만 잘하고, 열심히 하면 팬들이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을. 포스트시즌 진출을 염원하는 "가을에도 야구 하자"는 팬들의 외침은 비단 야구에만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

프로축구 부산의 올 시즌 초반 성적은 괜찮습니다. 정규리그와 컵대회를 합쳐 3승3무3패(홈 2승1무2패), 5할 승률입니다. 성남.서울.수원.울산 등 '빅4'에는 못 미치지만 중상위권입니다. 수비수 출신인 앤디 에글리 감독 부임 후 수비조직력은 K-리그 최고 수준입니다. 9경기에서 6실점, FC 서울(3실점) 다음 갑니다.

구단은 홍보 강화를 위해 창단 후 처음으로 홍보대행사와 계약했습니다. 개막 전 에글리 감독과 부산 선수들은 프로농구 KTF 경기를 찾아 시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홍보에 나섰습니다. 홈경기를 알리는 라디오 광고도 합니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이번 주 부산 시내 곳곳에는 플래카드(사진)가 내걸렸습니다. '야구만 부산이냐, 축구도 부산이다'. 홍보가 아니라 차라리 절규 수준입니다. 2001년의 봄이 다시 찾아오길 기다리면서.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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