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설 설 땅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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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최근 들어 장애인 시설·요양원 등 각종 사회 복지 시설이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발붙일 곳을 잃고 있어 시설 설치를 보장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장애인 복지관 5곳, 종합사회복지관 3곳, 요양원 2곳, 직업 재활원 2곳 등 모두 12곳의 사회 복지 시설을 신설할 계획이었으나 주민들의 반발에 부닥쳐 이중 6곳은 장소 선정과 공사를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실무 부서와 전문가들은 사회 복지 시설을 혐오 시설로만 보려는 주민들의 집단 이기주의도 문제지만 사업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도록 도시 계획법 시행령 등 관계 법령을 개정, 장애인 복지 시설의 경우 개발 제한 구역 내에 설치 가능토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있다.
서울시는 정신지체인 사회 복귀와 가정 갖기를 돕기 위해 5∼6명의 정신지체인이 일반 시영 아파트에서 살도록 하는 「그룹 홈 제도」를 도입, 시행 첫해인 올해 공동 생활 시설 5곳을 설치, 시범 운영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신설 대상 아파트 주민들이 집단으로 반발할 것을 우려, 장소 선정조차 못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말 주민들의 공사제지로 착공 이틀만에 공사가 중단돼 올해 사업으로 이월된 서울 마장동 장애인 종합 복지관도 아직 공사가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주민들은 『장애인 시설이 세워질 경우 도시 미관을 해치고 아이들 교육상 좋지 못하며 땅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기존 부지를 다른 용도로 이용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 결핵전문병원인 서대문 시립병원과 정신병원인 청량리 뇌병원 주변 주민들도 전염병 확산 우려와 거리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오래 전부터 이들 법원의 시 외곽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측은 경기도 외곽 지역으로 이전키로 하고 후보 지역을 물색해 경기도에 승인을 요청했으나 경기도는 지역 주민 반발을 이유로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 서대문 시립병원 측은 이전이 불가능해지자 현 위치에서 일반 종합 병원으로 전환, 그 자리에 개축할 계획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 응암동 시립 정신 병원은 81년 병원 부지가 학교 용지로 지정돼 신·증축이 불가능한데다 시설이 낡아 이전이 불가피해 대상지를 물색하고 있으나 역시 신축 부지를 찾지 못해 이전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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