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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감정 자극 나라망친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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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전이 가열되면서 고질적인 지역감정의 자극이 또다시 국민적인 걱정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정당과 후보자들이 점점 이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득표전략을 노골화해가고 있다. 그에 대해 일부 각성된 유권자들의 거부반응이 공개적으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대전·충남지역 각계인사 2백34명이 이른바 「중부권 역할론」을 제기한 김종필 민자당최고위원에게 그같은 언행의 중지와 사과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전에 없던 새로운 양상이다.
김최고위원이 남보다 한발 앞서,좀더 내놓고 지역감정을 이용했을 뿐이지,지금 각 정치지도자와 정당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어떻게 하면 지역감정을 유리하게 활용할지에 골몰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에 가서는 TK역할론,보수성향의 유권자앞에선 유신예찬론을 펴던 김최고위원이 그의 텃밭인 충청도에서 대권도전의사와 함께 중부권 역할론을 폈으니 그 겨냥하는 바가 너무 뻔히 드러난 셈이다.
대전·충남지역에서는 그나마 반박의사라도 표시됐지만 나머지 지역에서는 아직 그런 조짐도 없어 지역감정이 일부 정치인들에 의해 주무기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대권고지가 눈앞에 다가선듯 텃밭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부산·경남의 김영삼 민자당대표,호남인들의 한을 부동의 정치자산으로 계산하고 있는 김대중 민주당대표,강원도의 순박한 인심에 지역감정의 불을 붙이려하는 정주영 국민당대표­. 그리고 이들과의 인연을 한술 더떠 지역감정에 접목시키고 있는 상당수 후보자들의 행태는 마치 우리의 선거가 지역대결 그 자체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이런 현상을 보고 대다수 국민들은 원론적인 개탄을 해 마지 않는다.
그러나 개탄은 잠시,표를 찍을 때는 지연·학연·혈연에 더 좌우되는 유권자들의 행태가 변하지 않는한 지역감정의 정치이용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정치인·유권자 모두 지역감정 앞에는 이중적인 기준과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스스로 심각하게 물어볼 때다.
투표를 눈앞에 두고 왜 지역감정이 생겼는지의 원론적 요인에 얽매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 보다는 악화될대로 악화된 지역감정이 반성과 단절없이 이번 선거에 다시 후보선택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될때 초래될 국가적 손실과 폐해를 상상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현재대로 지역감정이 선거를 통해 지역분할,국민반목을 되풀이 하는 역작용을 수반한다면 선거는 하면 할수록 국민단결이 깨진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가뜩이나 작은 나라에 선거때마다 세분된 지역당이 나타나고 거기에 근거한 지도자들이 등장하는 것은 정치발전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선거가 국가의 비민주성을 증폭시키고 나라를 망친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겠는가.
지역감정은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합리성을 무너뜨린다는 측면에서 민주주의의 공적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아무리 당선도 좋고 당리당략이 있다지만 투표의 의미를 반감시키는 선거가 이번에 다시 반복돼서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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