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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대만독립 지지 안 해" 중 "일본인 납치 해결 협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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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1일 오후 5시 강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에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도착했다. 원 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안내로 환영식장으로 향하자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얼굴을 맞댔다. 정상회담까지 남은 시간은 20분.

실은 그 시간까지 양국이 정상회담 뒤 발표할 공동문서의 문구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워낙 견해차가 컸기 때문이다.

두 사람 사이엔 피 말리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사사에 국장은 동중국해의 양국 분쟁 해역에 위치한 춘샤오(春曉) 등 네 곳의 가스전을 공동 개발하기로 한다는 문구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러나 중국은 "기술적 문제가 있다"며 끝까지 버텼다. 양국은 결국 "쌍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비교적 넓은 해역에서 공동 개발한다. 올 가을까지 구체적 방법을 정리해 상부에 보고한다"고 타협을 봤다.

일 총리 관저의 한 관계자는 "실은 이보다 더 난항을 겪은 것이 대만 문제였다"고 전했다. '문서'를 중시하는 중국은 "'일본은 대만의 독립에 반대한다'는 문구를 반드시 공동문서에 넣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올 연말의 대만 국회의원 선거와 내년 봄 총통 선거를 앞두고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독립 분위기 조성에 나설 것을 경계하는 중국으로선 이 부분의 언급이 절실했다.

그러나 사사에 국장은 "굳이 대만 문제를 거론할 필요가 있느냐"며 난색을 표시했다. 아베 총리는 친대만 인사다. 그러자 이번에는 중국이 "그렇다면 우리도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언급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압박 전술이었다.

결국 '20분 담판'은 중국이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에 대해 필요한 협력을 제공한다"는 문구를 넣는 대신, 아베 총리가 회담에서 구두로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문서에서는 "(과거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했던) 일.중 공동성명에서 표명한 입장을 견지한다"고 표현하기로 했다. 이렇게 최종 합의가 이뤄진 게 회담 시작 2분 전이었다고 한다.

한편 원 총리는 12일 오전 중국 총리로는 최초로 일본 국회 연설에 나섰다. 그는 35분간의 연설 중 12분을 역사 문제에 할애했다. 그는 "일본인도 전쟁의 피해자"라면서도 "일본 지도자들이 지금까지의 말과 약속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밝혔다. 원 총리는 또 이날 일왕 내외를 방문해 내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일왕 내외를 공식 초정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11일 오후 5시 강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에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도착했다. 원 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안내로 환영식장으로 향하자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얼굴을 맞댔다. 정상회담까지 남은 시간은 20분.

실은 그 시간까지 양국이 정상회담 뒤 발표할 공동문서의 문구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워낙 견해차가 컸기 때문이다.

두 사람 사이엔 피 말리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사사에 국장은 동중국해의 양국 분쟁 해역에 위치한 춘샤오(春曉) 등 네 곳의 가스전을 공동 개발하기로 한다는 문구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러나 중국은 "기술적 문제가 있다"며 끝까지 버텼다. 양국은 결국 "쌍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비교적 넓은 해역에서 공동 개발한다. 올 가을까지 구체적 방법을 정리해 상부에 보고한다"고 타협을 봤다.

일 총리 관저의 한 관계자는 "실은 이보다 더 난항을 겪은 것이 대만 문제였다"고 전했다. '문서'를 중시하는 중국은 "'일본은 대만의 독립에 반대한다'는 문구를 반드시 공동문서에 넣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올 연말의 대만 국회의원 선거와 내년 봄 총통 선거를 앞두고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독립 분위기 조성에 나설 것을 경계하는 중국으로선 이 부분의 언급이 절실했다.

그러나 사사에 국장은 "굳이 대만 문제를 거론할 필요가 있느냐"며 난색을 표시했다. 아베 총리는 친대만 인사다. 그러자 이번에는 중국이 "그렇다면 우리도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언급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압박 전술이었다.

결국 '20분 담판'은 중국이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에 대해 필요한 협력을 제공한다"는 문구를 넣는 대신, 아베 총리가 회담에서 구두로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문서에서는 "(과거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했던) 일.중 공동성명에서 표명한 입장을 견지한다"고 표현하기로 했다. 이렇게 최종 합의가 이뤄진 게 회담 시작 2분 전이었다고 한다.

한편 원 총리는 12일 오전 중국 총리로는 최초로 일본 국회 연설에 나섰다. 그는 35분간의 연설 중 12분을 역사 문제에 할애했다. 그는 "일본인도 전쟁의 피해자"라면서도 "일본 지도자들이 지금까지의 말과 약속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밝혔다. 원 총리는 또 이날 일왕 내외를 방문해 내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일왕 내외를 공식 초정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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