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흔히 보는 공중화장실(上)은 짙은 녹색의 몸체와 은색 출입구로 돼 있습니다. 이 녹색은 화장실뿐 아니라 가두판매대.버스정류장 등 다른 공공시설물에도 두루 적용돼 쉽게 눈에 띕니다. 표준형인 소형과 노약자나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해 평평한 바닥에 출입구가 넓은 대형으로 나뉩니다. 파리시는 화장실이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전 6시~오후 10시로 이용시간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영국디자인협회와 여러 단체로부터 디자인상을 받은 바 있는 런던의 화장실(中)은 곡면의 벽에 칠해진 옅은 노란색으로 주변 경관과도 잘 어울립니다. 석재 가공된 표면 재질은 낙서와 오염을 방지하도록 특수 처리돼 있고 공공시설 파괴행위(Vandalism)에도 잘 견딥니다. 또 외부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고, 원격 통제시스템에 연결돼 사고와 불법 행위로부터 시민을 안전하게 보호합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이 없는 바닥과 넓은 출입구가 있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 안내문도 부착했습니다. 사용 후에는 자동 살균.건조돼 청결하며, 바닥 물기로 인한 미끄러움도 철저히 예방합니다.
보편화되진 않았지만 서울에도 무인자동화장실(下)이 있습니다. 사용 후 자동세척은 물론 세면대에 비누.화장지까지 갖추어 기능적입니다. 그러나 출입구가 좁고 계단이 있어 휠체어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 작은 차이가 시민들로 하여금 이용을 주저하게 하며, 결국 자주 사용하지 않는 시설물로 방치돼 불법 행위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공중화장실은 시민 모두 안전하고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이용자나 보행자에게 거부감 없는 자연스러운 시설물이 되도록 내부는 위생에 만전을 기하고, 외관은 주변과 조화를 이루어 도시 경관을 돋보이게 해야 합니다.
권영걸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