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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좁은 입구 … 2% 부족한 서울 화장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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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난 수년간 여러 도시가 공중화장실 개선사업을 해왔습니다. 또 오가는 사람에 비해 화장실이 부족한 도심 지역에는 무인자동화장실이 설치되고 있습니다. 이 시설은 동전을 넣으면 출입문이 열리고 사용 후에는 변기와 내부공간이 자동 세척됩니다. 수시로 청소와 점검이 필요한 일반 공중화장실에 비해 유지관리가 쉽고 위생 상태가 좋아 선진국 도시들은 무인자동화장실을 늘리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흔히 보는 공중화장실(上)은 짙은 녹색의 몸체와 은색 출입구로 돼 있습니다. 이 녹색은 화장실뿐 아니라 가두판매대.버스정류장 등 다른 공공시설물에도 두루 적용돼 쉽게 눈에 띕니다. 표준형인 소형과 노약자나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해 평평한 바닥에 출입구가 넓은 대형으로 나뉩니다. 파리시는 화장실이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전 6시~오후 10시로 이용시간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영국디자인협회와 여러 단체로부터 디자인상을 받은 바 있는 런던의 화장실(中)은 곡면의 벽에 칠해진 옅은 노란색으로 주변 경관과도 잘 어울립니다. 석재 가공된 표면 재질은 낙서와 오염을 방지하도록 특수 처리돼 있고 공공시설 파괴행위(Vandalism)에도 잘 견딥니다. 또 외부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고, 원격 통제시스템에 연결돼 사고와 불법 행위로부터 시민을 안전하게 보호합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이 없는 바닥과 넓은 출입구가 있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 안내문도 부착했습니다. 사용 후에는 자동 살균.건조돼 청결하며, 바닥 물기로 인한 미끄러움도 철저히 예방합니다.

보편화되진 않았지만 서울에도 무인자동화장실(下)이 있습니다. 사용 후 자동세척은 물론 세면대에 비누.화장지까지 갖추어 기능적입니다. 그러나 출입구가 좁고 계단이 있어 휠체어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 작은 차이가 시민들로 하여금 이용을 주저하게 하며, 결국 자주 사용하지 않는 시설물로 방치돼 불법 행위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공중화장실은 시민 모두 안전하고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이용자나 보행자에게 거부감 없는 자연스러운 시설물이 되도록 내부는 위생에 만전을 기하고, 외관은 주변과 조화를 이루어 도시 경관을 돋보이게 해야 합니다.

권영걸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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