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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북한 강경자세(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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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냉전체제의 소멸로 강력한 적대세력이 없어진 미국이 이제는 북한을 새로운 평화질서 형성과정의 가장 위험한 요소로 지목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온통 북한에 집중되고 있는 미국 조야의 외교·군사적 관심과 우려로 미루어 보면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북한이 마치 미국의 주적이라도 된 느낌이다.
북한이 머지않아 핵무기를 개발해 낼 것으로 믿고 이를 저지하려고 노력해온 미국은 이제 그 무기수출도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이란과 시리아로 스커드 미사일을 싣고 가는 것으로 보이는 북한 화물선을 공해상에서 강제 검색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보도다.
미국은 그렇게 할 수 있는 명분으로 이라크에 금수조치를 내린 유엔안보리의 결정을 지키기 위해서임을 내세우려는 것 같다. 그 결의에 따라 명분은 물론 권한도 부여받았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실제 속셈이 딴데 있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분명하다. 갖가지 구실을 내세워 핵사찰을 늦추려는 북한에 대한 강한 경고이자 압력수단의 성격이 짙다.
이처럼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강력한 군사적 경고를 보내고 있는데는 물론 그나름의 충분한 근거가 있다. 냉전시대는 물론 그 이후 지금까지 미국이 다른 강대국들과 일관되게 추진해온 치명적인 무기 확산저지 정책에 북한이 대표적으로,또 노골적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핵무기 확산의 금지와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 및 그 제작기술의 제3세계 학산 금지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 의혹이 생기기 훨씬전부터 제3세계,특히 중동지역에 대한 무기수출로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중동에 수출되고 있는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 제작기술은 당초 사정거리 3백㎞짜리에서 시작되어 이제는 1천1백㎞짜리까지 내다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남한뿐 아니라 일본까지 겨냥할 수 있는 미사일 제작기술을 가진 북한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선진 공업국들은 미사일 통제규약(MTCR)을 만들어 이에 가입해 제3세계에 대한 판매와 기술이전을 자제하고 있다. 현재 회원국이 24개국에 이르는 이 규약에 북한이 기압하지 않고 있음을 물론이다.
따라서 미국은 두척의 북한 화물선이 걸프해로 향해 가는 것을 빌미삼아 경우에 따라 군사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보이는 기회로 삼으려는 것 같다. 그동안 미국이 리비아를 공습하고 이라크를 응징한 전례로 보아 단순한 엄포만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행동이 과연 국제법적으로 타당하냐하는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전쟁행위나 마찬가지라는 반대론도 미국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만약 북한이 화물선의 항해를 강행하고 미국의 검색이 이루어진다면 그 긴장의 여파는 곧장 한반도에까지 연결될 위험이 크다. 가뜩이나 핵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한 관계에 불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일이 없도록 양측의 자제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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