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탁선거판에 한줄기 밝은 빛/「딸 등록금」에 온정 밀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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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본지 『딸 등록금 돌려주세요』보도 큰 호응/“돕겠다”전국 곳곳서 전화빗발/충격 실신 청소부 엄마 “너무 고맙다”눈물/어제 하루 28명 9백만원 보내
살벌한 정치 삭풍속에서도 따뜻한 인정의 샘물이 콸콸 솟아올라 흐뭇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
『여기저기서 꾸어 간신히 마련한 딸아이 등록금을 모두 잃어 어쩔줄 몰랐는데 남들이 이렇게 도와줄 줄이야….』
청소원으로 어렵게 마련한 딸의 대학입학등록금을 소매치기당해 망연자실해 있던 황수자씨(51·대전시 용전동 451의 24·중앙일보 4일자 23면보도)는 전국에서 답지하는 온정어린 성금과 격려에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보도가 나간이후 오후부터 본사 편집국에는 『도울 일이 없겠느냐』『등록금일부라도 보낼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내용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이들중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굵은 목소리의 50대신사는 신문이 배달된 직후인 오후 5시쯤 본사에 전화를 걸어와 익명으로 1백만원을 온라인입금시켰다.
이 신사는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보낸 사람으로서 대학생이 된 딸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을 청소원 아주머니가 돈을 잃고 얼마나 허탈해할까 생각하면 잠이 올 것 같지 않다』며 『작은 정성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재기능협회 전흥수 회장(55)은 『딸이 가난해서 대학에 가지못한 한을 안게될지도 모를 청소부 아줌마를 돕고싶다』며 등록금전액을 송금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또 김학준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이 5일 오전 금일봉을 본사에 기탁했다.
한편 이날 오후 8시20분 교통방송의 「출발서울대행진」프로그램에서 본지의 보도내용이 방송되자마자 30여분만에 16명으로부터 1백81만원의 성금이 답지,따뜻한 마음이 하나가 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교통방송에 30만원을 기탁한 가수 「인순이」는 『중학교 3년때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한학기를 중단한 가슴아픈 기억이 있다』며 『서로 도와 이같은 불행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박모·이모씨는 퇴근길에 차내에서 방송을 듣고 방송국으로 달려가 10만원씩의 성금을 맡기기도 했다.
4일 하룻동안 본사·교통방송·연합통신 대전지사 등을 통해 성금이 접수돼 확인된 것만도 28명 8백97만원에 이르며 5일에도 독지가의 문의전화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7년동안 중풍으로 병석에서 고생하던 남편과 2년전 사별하고 1남2녀와 함께 1천만원짜리 전세방에서 근근이 살고 있는 황씨는 4일 오전 시내버스에서 둘쨋딸 유미영양(22·대전보건전문대 행정학과 입학)의 입학등록금 1백3만원을 소매치기당한 직후 너무 충격을 받아 한때 실신하기도 했다.
『딸아이가 대학에 합격했을때 기쁨보다 등록금 걱정이 앞섰어요. 여기저기서 꾸어 간신히 마련한 돈을 내 잘못으로 잃어버렸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도와주다니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뭐라고 할말이 없습니다….』황씨는 자꾸만 솟아오르는 눈물을 씻느라 정신이 없었다.<대전=김현태·정형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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