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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 견제” 이명박씨 발탁/말도 많고 탈도 많은 뒷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탈락한 최부총리는 한때 사의설/노 전총리 순번 막판까지 큰 진통/노대통령,군출신 3명 직접 지명
민자당의 전국구 국회의원 공천작업은 김종필 최고위원이 공화계 「푸대접」에 불만을 표시하고 4일 밤 청와대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주재한 최종 인선작업에 불참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은채 마감됐다.
지역구공천때 부족했다는 『참신성을 반영하겠다』(김윤환 총장)는 의욕으로 출발했으나 지역구탈락자 구제에다 노재봉 전총리의 공천을 둘러싼 계파간 대립,마지막 순간에 최각규 부총리의 사의표명설 등으로 진통을 거듭했다.
○…공천탈락 통고를 받고 4일 최부총리(현역의원·강릉)가 벌인 사퇴표명설에 대해 청와대측은 『애당초 지난연말 부총리유임때 얘기된 것』이라며 몹시 불쾌한 표정.
한 고위관계자는 『부총리 유임으로 국회의원 불출마가 전제됐으며 여기에 지역구는 물론 전국구도 포함되는 것』이라면서 최부총리의 「과욕」을 비난.
김최고위원은 전국구 인선초기 최부총리 부분은 청와대몫에서 챙길 부분이라며 자신이 요청한 공화계 명단에선 최부총리와 이희일 전동자부장관마저 아예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JP가 4일 저녁 청와대의 전국구협의에 불참한 것은 최부총리때문이 아니라 최재구 고문과 한보그룹 관계자등 재력가의 공천을 요청했다가 청와대측이 이를 받아주지 않자 화를 낸 것이라고 청와대측은 풀이.
○…이번 공천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정주영 국민당대표와 결별한 이명박 전현대건설회장의 기용과 김우중 대우회장의 오른팔인 이재명 대우기전사장을 발탁한 것으로 다분히 대정대표 공격용이란 느낌을 주고있다.
특히 이명박씨의 공천이 막판에 알려진 것은 「비장의 카드」로 써먹기 위해 보안에 신경을 썼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금년초까지 서울 강남을에서 출마를 준비했던 이씨는 형인 이상득 의원(영일­울릉)의 재공천,정주영 대표와의 관계 청산문제 등이 겹쳐 사실상 정치를 포기했는데 청와대 핵심에서 그의 다목적 활용도를 감안,비밀리에 교섭해 왔다는 것.
청와대와 당일각에선 이씨의 공천이 국민당에 타격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고위당직자는 『현대의 성장주역인 이씨의 공천으로 국민당의 기반인 현대가족들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정대표의 자서전 출판으로 사이가 나빠진 김우중 회장의 대우 간판스타의 영입도 추진해 왔다는 후문.
이용희 전통일원장관의 아들인 이재명사장은 김회장의 측근이며 축구협회부회장을 지내 체육계에 알려진 인물.
○…노재봉 전총리는 김대표의 대권가도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는 「공개 서약」까지 하면서 공천을 따냈으나 순번조정에서 ④번으로 밀려 심한 견제를 받은 흔적이 역력하다.
정부쪽에선 행정부 대표출신임을 감안,김대표·박태준 최고위원 다음인 ③번에 배치할 것을 주장했으나 김총장등 당측에서 정치판 경력을 우선하자고 맞서 결국 7선의 김재광 국회부의장이 ③번으로 낙착됐다.
정당의 당수 출신에게도 뒤처져 현 구민정대표,이만섭 구국민당 총재다음에 배치됐다가 반전. 12대 구민정당시절에 진의종 전총리는 ②번을 받은바 있어 대조적.
○…지역구공천 탈락자의 대거 구제로 자리가 확 줄어든 속에서도 「6공창업공신」그룹인 최병렬 노동장관·김종인 청와대경제수석·강용식 전총리비서실장(이상 13대대통령취임위원)과 안무혁 전안기부장이 기용돼 대우받은 인상이다.
안씨는 지난해말 노대통령과 독대,친·인척문제 등 과감한 직언을 해 노대통령의 얼굴이 붉어지게 했으나 그런 점을 오히려 높이샀다는 후문.
이들은 미묘한 세력재편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당내에서 노대통령의 직할부대로 활약할 것으로 보이며 노 전총리도 김대표의 당무보좌를 다짐했지만 역할이 주목된다.
○…군출신인사3명은 노대통령이 직접지명,공천심사위를 거치지 않은 부분.
노대통령은 심사위에 군출신몫 세자리를 비워두라고만 지시해두고 있다가 2일에서야 명단을 넘겨줬다는 후문인데 그전까지는 4성장군 출신일 필요가 없다는 말을 여러차례 피력.
노대통의 이같은 선택은 지역구 공천과정에서 4성장군들을 비롯한 군출신때문에 곤욕을 치른 반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으로 육군중장출신 윤태균 전도공사장(육사13기·경북고)을 우선 확정지음으로써 하나의 원칙이 됐다는 것.
군출신이 안정권에 3명이나 들어가는 바람에 학계·언론계·법조계는 한자리도 끼지못했고 후보자들에게 직능대표성을 갖다붙이기도 했다.<김현일·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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