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 푸는 과정 즐기세요 과학이 재미있어질 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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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석학교수로 취임한 콘버그 교수가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한국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마친 뒤 단상으로 올라온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강정현 기자

노벨상 수상자를 바라보는 과학 꿈나무들의 눈은 빛났다. 11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 노벨상을 꿈꾸는 한국의 고교생 1000여 명이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 로저 콘버그(60) 미 스탠퍼드 의대 교수와 만났다. 9일 건국대 석학교수로 임명된 콘버그 교수는 과학 꿈나무들에게 '노벨상에 이르는 나의 길'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했다.

"고교 시절 화학에 처음 눈을 뜨게 됐습니다." 콘버그 교수가 말문을 열자 일부 학생들은 강연 중 녹음기를 연단 옆에 놓거나 전자사전을 두드리며 노벨상 수상자의 특강에 빠져들었다. 그는 고교 시절 화학실험에 흥미를 가진 것이 결국 노벨상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연구 분야인 유전정보를 DNA에서 RNA(리보핵산)로 전달하는 전사(轉寫) 과정을 설명하자 학생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빛은 끝까지 초롱초롱했다.

의정부과학고 이모(18.화학과 2)군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가 더 많았지만 노벨상 수상자의 집념을 엿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 큰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뜨거운 관심은 강의 뒤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일부 학생들은 구체적인 생물.화학 지식을 예로 들며 갈고 닦은 영어실력을 뽐내며 질문을 던졌다.

다음은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한국에서는 과학자를 꿈꾸던 학생들이 어려운 학문에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다. 수십 년간 관심을 유지한 비결은?(순천 매산여고 한유진)

"의문을 갖게 되는 것에 흥분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겨라."

-20여 년 동안 같은 주제를 연구하면서 좌절한 순간도 많았을 텐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나.(서울 휘문고 김정한)

"수십 명의 사람이 오랜 기간 공동작업을 이어가기란 어려운 일이다. 실험에 조금씩 성공하면서 자신감을 얻고 문제 해결력을 키워 갔다. 어려운 문제가 닥치면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도전하라."

-47년 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부친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나.(서울 자운고 신주희)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자라는 과정은 여러분과 다를 바 없다. 높은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학문 간 연계가 중요하다면서도 인문학을 무시한 과학자들이 있는데 철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서울 명덕외고 이지은)

"대학 시절 영문학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문학 공부를 충분히 못한 것이 후회된다. 모든 인간의 지적활동은 동등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뜨거운 질문공세에 당초 한 시간으로 예정됐던 이날 강연은 두 시간이 지난 오후 4시쯤 끝났다. 학생들의 사인 공세에 일일이 응대한 콘버그 교수는 "노벨상을 꿈꾸는 한국 고교생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임장혁.이현구 기자 <jhim@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동영상 tv.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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