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다나센터… 세계 최초 성인 과학관 첫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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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지난달 19일 영국 런던의 '다나 센터'에서는 일반인과 전문가 1백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남의 얼굴을 통째로 이식하는 영화 '페이스 오프'식의 얼굴 성형이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윤리적인 문제는 없는가가 주제였다. 토론 뒤에는 참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간 전자투표도 실시됐다. "페이스 오프식의 얼굴 성형을 위해 자신의 얼굴을 기증할 수 있다"는 응답이 58%를 차지했다. 투표결과는 참여한 사람들에게 전자 스크린을 통해 즉시 공개됐다.

영화관만 성인전용 영화관이 있는 게 아니다. 세계 최초로 과학관도 성인들만 출입할 수 있는 성인전용 과학관이 등장했다. 과학 인프라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영국이 런던시 퀸스게이트 지역에 지난달 19일 문을 연 다나 센터다.

다나 센터는 유전자조작 음식, 60세 이후 성관계, 남성의 임신은 과연 가능한가 등 그동안 터부시돼 왔던 과학적 논쟁들을 주로 다루게 된다. 영국과학진흥협회와 영국국립과학관, 민간 신경과학 연구기관인 '두뇌를 위한 유럽 다나 연합'의 지원으로 설립됐다.

다나 센터의 리사 제이미슨 프로젝트 매니저는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전시관"이라며 "'펑크 사이언스' 같은 민간 공연그룹이 과학실험과 스탠드업 코미디를 합친 형태의 공연도 한다"고 말했다. 다나 센터에서는 이런 공짜 공연이 매일 열리게 된다. 과학관이라기보다는 과학과 공연이 만나는 일종의 공연장인 셈이다.

지난달 20일과 28일에는 몸을 마음대로 구부리는 곡예사인 델리아 두솔이 몸을 완전히 접은 상태에서 MRI 스캔 기계를 통과했다. 곡예하는 상태에서의 인체 내부를 관람객들에게 실시간으로 공개한 것이다. 전문가가 관람객들과 MRI 스캔을 동시에 감상하며 두솔의 인체 내장기관들이 그가 몸을 구부림에 따라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설명했다. 온.오프라인이 완벽하게 통합된다는 것도 다나 센터의 특이한 점이다. 직접 갈 수 없는 관람객들이 다나 센터의 홈페이지(www.danacentre.org.uk)에 접속해 다나 센터에서 진행되는 과학 이슈 토론에 참여할 수도 있다. 휴대전화로도 이런 과학토론에 참여하고 다른 사람들이 제기한 의견을 볼 수 있다. 3층 규모의 전시관에 이런 디지털 장비를 갖추고,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9백80만파운드(1천6백60만달러:약 2백억원)가 투입됐다.

지난 1일엔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남아시아 여인들이 에이즈로 인해 겪는 고통을 정면으로 다룬 인도 영화 '에크 팔'시사회도 열었다. 감독이 직접 나와 참가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같은 날 영국 흑인들이 에이즈로 인해 겪는 편견을 다룬 영국 영화 '천사와 드래건'을 상영한 후 역시 제작자들과 관람객이 토론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전문가들과 토론하며 다나 센터 안의 바에서 직접 함께 술을 마시는 행사도 마련돼 있다. 린제이 샵 다나 센터 소장은 "어른만을 위한 논쟁적인 과학 이슈들을 다루되 재미있고, 급진적이고, 오락적인 요소들을 과감하게 도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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