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SK그룹, 지주회사 체제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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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바뀐다. 10대 그룹이 지주회사 시스템으로 바꾸기는 LG그룹, GS그룹에 이어 세 번째다. SK계열사 지분을 많이 가진 SK㈜를 지주회사인 SK홀딩스(가칭)와 정유.화학.자원개발을 하는 사업 회사인 SK에너지화학(가칭)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SK에너지화학도 SK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SK그룹은 또 2년 안에 SK텔레콤이 가진 SK C&C 주식 30만 주(30%)를 전부 처분해 SK㈜→SK텔레콤→SK C&C→SK㈜로 연결되는 순환출자 구조를 끊기로 했다.

SK㈜는 11일 이사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회사 분할 방안을 결의했다. 법인 분리는 7월 1일자로 하며, SK홀딩스와 SK에너지화학 두 회사 모두 상장한다. 기존의 SK㈜ 주주들은 예를 들어 100주를 갖고 있다면 SK홀딩스 주식 21주, SK에너지화학 79주 비율로 나눠 갖게 된다. SK는 이런 내용을 다루는 임시 주주총회를 5월 29일에 열 계획이다.

◆'제2의 SK글로벌 사태'를 막는다=SK그룹은 2003년 그룹 해체의 위기를 겪었다.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으로 그룹 전체가 흔들렸다. 이런 위기를 겪지 않겠다는 것이 지주회사 체제로 바꾼 가장 큰 이유라고 SK그룹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 계열사의 부실이 전체로 연결되는 구조를 막지 않고선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LG그룹(㈜LG.2003년 3월)과 GS그룹(GS홀딩스.2005년 3월)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도 벤치마킹했다.

◆핵심은 순환출자 고리 끊기=SK그룹은 현재 SK㈜가 SK텔레콤 주식 21.8%, SK텔레콤은 SK C&C 지분 30%, SK C&C는 다시 SK㈜ 지분 11.2%를 보유한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다. 그래서 가공자본으로 그룹을 지배하며, 한 회사만 인수합병(M&A)당하면 그룹이 통째로 넘어가는 불안정한 지배구조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번에 이런 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SK텔레콤이 SK C&C 지분을 전량 처분하기로 한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각 계열사는 SK㈜의 눈치를 보며 경영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각 계열사는 그룹 의존도를 줄이고 자기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로 또 같이'의 기업 문화=SK가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면서 형식상 SK케미칼과 SK C&C는 그룹에서 제외되게 됐다. 현재 SK㈜는 SK C&C 지분 11.2%만 갖고 있고, SK케미칼 주식은 전혀 없어 법률상 자회사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다만 최태원(사진) SK 회장 개인이 SK케미칼 주식 5.9%를 갖고 있을 뿐이다.

한편 최태원 SK 회장은 이날 자신 소유의 워커힐 호텔 주식 325만5598주(약 1200억원어치)를 SK네트웍스에 무상 출연한다고 밝혔다. 2003년 9월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실행하는 것이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소식에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 상향 조정 검토에 들어갔다. 무디스는 SK의 장기신용등급(Baa3)을 상향 조정 검토 대상(review for possible upgrade)에 등록한다고 말했다. 이날 SK㈜ 주가가 4200원 오른 9만3000원에 마감한 것을 비롯, SK텔레콤.SK네트웍스.SK증권 등 대부분의 SK계열사들의 주가가 올랐다.

문병주.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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