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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성폭력·정치 참여·노동 애환 주제|노래극·풍물굿 선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치솟는 방세와 뛰는 물가/아빠 혼자 벌어서는 너무나도 힘겨워서/울면서 매달리는 너를 두고서/미싱대에 앉노라니 너의 얼굴 아른거린다. /아아 안타까워 애만 태우는 어미의 마음」.
이는 오는 8일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장 한명희)가 주최하는 92 여성 노동자 대회에서 선보일 노래극의 일부.
3·8 세계 여성의 날에 즈음하여 2개의 여성 단체가 한국 사회의 성폭력 등 여성 문제와 노동 애환 등을 직접 노래극과 촌극·시·풍물굿 등으로 만들어 발표하는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3·8 세계 여성의 날은 84년 전인 1919년 3월 8일 미국의 1만5천여 여성 노동자들이 빵과 선거권을 요구하며 가두 시위를 벌인 투쟁을 기념하여 세계 각국이 정한 날로 이날 세계 여성들은 다양한 행사를 해왔다.
25개 여성 단체가 모인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장 조화순·이하 여련)은 오는 7일 오후 2시 30분∼5시 여의도 여성백인회관에서 제8회 한국 여성 대회를 갖는다. 또 한국여성노동자회는 8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6개 지역에서 92년 여성 노동자 전진 대회를 연다.
여련은 올해가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 등 중요 선거가 있는 만큼 여성의 정치적 자유를 주장했던 이날의 정신을 이어받아 「여성들의 한 표로 세상을 바꾸자」를 이번 대회의 주제로 정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여성들이 바라는 여성 정책」을 여련 산하 단체 회원들이 직접 만든 노래극을 통해 보여준다. 한국 여성의 전화는 성폭력의 실태와 추방 운동을, 기독여민회는 물가안정을, 지역사회 탁아소연합회는 탁아소 확보를 주제로 공연. 그밖에도 여성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과 정신대 문제·UR 문제 등도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주장된다.
또 이날 대회에서는 민주당 박영숙 의원과 정신대 할머니 김학순씨가 올해의 여성상 수상자로 뽑혀 상을 받는다. 박 의원은 여성국회의원으로서 여성 권익 관련 법안 제정에 앞장서고 여성 문제를 전체 국가 정책 안에 올바르게 입안케 한 노력이, 김 할머니는 정신대 문제 최초의 증언자로서 이 사안을 여성 운동적 차원과 민족적 차원에서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한 공이 인정돼 상을 받게됐다.
한편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주최하는 92 여성 노동자 전진 대회는 고용 안정과 탁아소 확보를 주제로 서울·인천·부천·광주·부산·마산 등 6개 도시에서 열린다.
특히 서울과 인천·부산에서는 지난해 12월6일 열악한 노동 환경과 비인간적인 노무 관리에 저항해 자살한 권미경 양의 추모제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연장 작업, 잔업, 초시계를 들 고 체크하며 불량 메우기를 독촉하는 등의 노동 통제 실상이 슬라이드 상영, 여성 노동자들의 사례 발표를 통해 고발된다.
8일 오후2∼5시 영등포 성문밖 교회에서 열리는 서울 지역 행사에서는 지난해 부도가 발생, 일할 곳을 잃은 백산 전자 여성 노동자들이 사례 발표를 한다. 노래극 「일하는 어머니」는 아이를 탁아소에 맡기고 일하러 가는 노동여성의 삶의 애환을 자녀와 함께 가사를 바꿔 부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인천 지역은 8일 오후 2∼5시 인천대에서 열리는데 인성기연·인텍스 여성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 문제를 다룬 연극을 공연한다. 같은 시간에 성심여대에서 열리는 부천 지역 대회에서는 탁아소 아동들의 모습을 담은 60여점의 사진과 집체극·노래극 등이 공연된다. 마산 지역 대회는 9일 오후 6시30분 마산 가톨릭 회관에서 고용 불안정을 주제로 한 시와 촌극, 권미경 양을 기리는 풍물극이 선보인다. 광주 지역 대회는 6일 오후 6시30분부터 광주 YMCA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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