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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법 과감하게 고치자(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기고 있으나 「군사기밀보호법은 최소 한도로 축소 해석되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결정은 일단 국민의 「알 권리」보호를 위한 진전이라고 평가할만하다.
72년 유신때 제정된 현행 군사기밀 보호법상의 군사기밀은 그 개념 및 범위가 너무도 넓어 국민의 기본권인 알권리를 필요이상으로 제한해 왔음은 언론기관을 포함한 일반은 물론 군당국 스스로도 인정해온 것이다.
이제 헌법재판소가 「필요이상의 군사기밀 양산은 언론보도를 위한 취재자유를 위축시키며 국민의 정당한 비판과 감독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아래 「군사기밀보호법은 최소한도로 축소 해석돼야 한다」는 결정까지 내린만큼 군사기밀보호법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가가 당장의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이미 그 개정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국방부에 대해 주문하고 싶은 것은 비록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한정합헌」이라고는 하지만 그 주된 취지가 국민의 알 권리 보호에 있는 것이 분명한 만큼 또 다시 위헌논란이 빚어지지 않도록 스스로 군사기밀의 개념 및 범위를 가능한한 축소하고 불가피하게 군사기밀로 규정할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납득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 달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군사기밀을 「비공지의 사실로서 군사기밀의 표지를 갖추고 누설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는 것」으로 한정했다. 그러나 이런 기준을 그대로 수용한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광범위한 사항에 군사기밀 표지를 하거나 「명백한 위험」을 확대 해석해 버릴 경우 이번 헌재의 결정도 아무런 법적 실효성이 없는 것이 되고 만다.
따라서 군당국은 재판부가 표현의 자유의 우선적인 헌법상의 지위는 정부가 비판을 수렴함으로써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점을 깊이 유념해 군의 개방폭을 넓히고 자의적인 해석의 가능성은 최대한 줄이는 개정안을 마련해야겠다.
그것이 군에대한 일부 국민의 부정적인 시각을 씻어주고 일반국민과 군간의 유대를 강화시켜주는 가장 실효성있는 지름길이 되리라고 믿는다.
아울러 우리는 헌법재판소가 중요한 법률적 판단에있어 자주 「한정합헌」이라는 절충식 결정을 내리고 있는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헌재의 「한정합헌」결정은 상속세법,국가보안법,도로교통법,집시법에 이어 이번이 다섯번째다.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법률적 판단이 불분명할 경우 사회내의 법적분쟁을 오히려 전보다도 확대하는 결과를 낳는다. 「한정합헌」결정이 법률적 도피행위이며 책무의 포기라는 비판까지 일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기본권에 관한한 분명한 판단을 내려 법의 본질적 변화를 꾀해야 하지 않겠는가.
기본권에 관한 사항은 중대한 문제인 만큼 결정도 가능한한 빨리 내리는게 좋다. 이번 결정만해도 2년반이나 걸렸다. 「늦추는 것은 하지 않는것과 같다」는 격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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