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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리의미국유학통신] 입학 사정 기준 Diversity (다양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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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대표하는 명문대인 아이비 리그 소속 학교에 학생선발 원칙을 문의하면 학교마다 빠지지 않고 강조하는 것이 바로 학생 구성에서의 다이버시티(Diversity.다양성)입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지원자들이 속한 경제적.지역적 배경과 출신학교, 남녀 여부를 살펴 다양하게 신입생을 뽑겠다는 말입니다.

이 원칙은 한때 미국에서 한인과 같은 소수민족들과 유학생들에게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1960년대 아이비 리그 재학생 중에는 소수민족계 학생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이비 리그에서 순수백인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하버드의 경우 57.5%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42.5%는 소수민족계입니다. 유학생들도 9%를 차지합니다.

주니어 아이비란 별명이 붙어 있는 사립 보딩스쿨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60년대에는 소수민족계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지만 90년대에는 그 비율이 16%로 부쩍 늘었고, 최근에는 21%까지 늘었습니다. 미국 사립학교에서 유학생 평균 비율도 14%로 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핵심 개념이 바로 다이버시티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다이버시티의 원칙이 오히려 한인 커뮤니티의 학생들, 나아가 아시안 학생에게 족쇄로 작용한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실력 있는 아시안계 학생들이 이 원칙에 묶여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미국 인구에서 겨우 5%를 차지하는 아시안계 학생들이 여러 명문대 신입생의 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다양성을 존중하는 미국 대학의 시선이 아직은 '불리한 조건'에 있는 흑인.히스패닉 학생들에게 쏠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제는 오히려 아시안인 것이 불리한 조건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다이버시티 정책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다양성은 교육뿐 아니라 사회의 기본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를 잘 이해해 비켜 가는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

우선 해볼 수 있는 일은 이제부터라도 자녀의 고유한 특기와 적성을 개발해 주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다른 한인 커뮤니티 학생들과 '같은 카테고리'로 취급되는데, 여러 기록마저 비슷하다면 이를 반길 대학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한국 내 미국 대학 지망생들의 천편일률적인 자기소개서도 재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대학 기준으로 보자면 한국인 유학 희망 학생들은 '외국 유학생에 특히 아시아 출신'이라는 동질성을 갖고 있는데, 자기소개서마저 같다면 한번에 여러 학생을 선택할 학교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양성 원칙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독특해' 보여야 합니다. 내 자녀가 어떻게 하면 달리 보일까 늘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케빈 리 미국 미주교육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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