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열리는 은행주총 인사(경제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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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뒤집기 잦은 은행임원 인사/곳곳에 “잡음”도사려/상은 이행장 내정 하루만에 물러나/「얼굴없는 인사권자」에 줄대기 부산
은행장을 포함한 은행임원인사는 도대체 누가 하는가. 예측불가능한 인사가 벌어지는 것은 비단 금융계뿐이 아니지만,특히 최근의 은행인사는 주총 하루전에 내정된 행장이 바뀌는 등 다른 어느 곳보다도 잡음이 이곳 저곳에서 새나오고 있다. 은행 인사철만 되면 권력의 실세들과 관련된 「줄」들이 이리 저리 동원되어 예상을 뒤엎는 예가 더욱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 은행임원인사는 6공 마지막 금융계인사라는 점과 총선등 잇따른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이같은 병폐가 은밀하게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이같은 현상은 상업은행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표면화됐다. 은행장자리를 놓고 막판 뒤집기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것이다.
결국 이현기 행장이 물러나고 김추규 전무가 승진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 25일 오후 열린 주총에서 확정됐다. 이전행장은 상근회장으로 추대돼 시은에 회장제가 부활되게 됐다.
전임행장의 잔여임기 10개월을 채우고 89년 2월 중임돼 이번에 임기만료된 이현기 행장은 지난해 급조된 은행장단임제라는 원칙 아닌 원칙을 깨고 연임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23일 오후부터 전세가 역전,결국 김추규 전무가 승진하고 이행장은 퇴진하는 쪽으로 급선회됐다. 지난주말까지도 재무부의 고위관계자는 이행장의 유임을 확인했었으나,이에 대한 「여론」이 안좋아 인사를 번복하게 되었다는 것이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이다.
그러나 당초부터 「얼굴없는 인사권자들」이 이전무의 승진을 바라고 있었던 은행내부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무리」를 하지 않으려 했다면 이같이 모양새를 구기지 않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25일 오전 주총을 연장기신용은행의 경우는 그런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김연수 행장이 봉종현 전무에게 후임행장자리를 물려주고 자신은 물러나는 형식을 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신임전무엔 심재석 감사가,감사엔 박창수 상무가 각각 승진했으며 신임이사에는 이영호 자금부장과 박기태 장은카드부사장이 선임됐다.
김 전행장의 거취는 아직 확실하게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현재 맡고 있는 장은투자 자문회장과 창업투자회장직을 유지하거나 다른 비중있는 자리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도 이날 주총에서 장명선 상무(초임)와 중임된지 1년된 김종일 상무를 퇴진시키고 유영설 기획부장과 이영우 런던지점장을 신임이사로 선출했다. 올해 주총에서는 복수전무제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구도가 마련됐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복수전무제를 유지하는 은행으로는 상업은행만 이번에 빠져 외환은행과 신한은행 두곳으로 줄어들었다.
○…한미은행은 이날 주총에서 임기만료된 성준경 전무를 퇴임시키고 신임전무에 김진만 상무를,신임이사에 엄한섭 국제부장을 승진,선임했다.
○…조흥은행의 경우 이종연 행장을 비롯한 임원 6명이 오는 8월 임기만료 되는데 그때 가서 또 주총을 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26일 열리는 이번 주총에서 22일자로 임기가 끝난 3명과 더불어 인사가 이루어질 예정인데 최소한 4명이 자리를 내놓고 그만큼의 신임임원이 탄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일은행과 신탁은행도 각각 3명,제일은행은 2명의 임원임기가 이번에 끝나는데 후보자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5∼6명이 나서고 있어 치열한 접전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는 형편이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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