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춤「강강술래」현대적 재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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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정신대문제를 포함한 우리민족의 수난사를 재조명하고 산업화와 대기오염 등 현대의 위기를 극복하여 화합·통일·평화를 이뤄야할 이 민족의 미래를 제시하는 창작무용『강강술래』가 3월5∼8일 국립극장 대극장 무대에서 펼쳐진다.
올해로 창단 30주년을 맞는 국립무용단이 민속춤 강강술래의 놀이정신과 그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이 작품은 「춤의 해」개막(29일)을 축하하는 첫 대형무대. 무용평론가 정병호 교수(중앙대)의 대본을 바탕으로 국립무용단 상임안무를 맡고있는 조흥동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이 안무했다.
2막10장으로 구성된 90분짜리 이 창작무용이 보여주는 것은 신성·희열·생존·비탄 등이다. 삶과 죽음, 창조, 구원, 음양의 교합, 인간의 욕망과 전쟁, 산업화과정의 환경오염과 핵의 위협, 파멸위기를 맞은 인류의 비탄과 이를 극복한 민족의 기쁨을 그렸다.
강한 극적 요소와 현대적 표현기법으로 창작무용의 난해성과 추상성을 극복하기 위해 40명의 여자무용수와 20명의 남자무용수들이 다양한 춤사위로 나비·두꺼비·꽃뱀·비·구름·꿈 등을 형상화했다.
달밤에 손을 맞잡고 원을 그리며 빙빙 도는 강강술래는 전통민요의 후렴구「아리랑」이나「쾌지나칭칭」처럼 단순한 춤사위지만 놀이차원을 넘어 온갖 고통과 시름을 이겨내고 공동체적 삶을 찾는 민족정신의 핵심으로 그러낸다. 특히 일제치하에서 정신대나 생체실험 대상으로 신음하는 제2막의 「비창」부분은 무대와 객석을 모두 긴장과 전율로 몰아간다.
원래 강강술래는 정월대보름과 추석에 즐기던 가무로 임진왜란 당시 남해안 일대의 부녀자들이 병사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춤으로써 사기를 북돋웠다는 기록이 있다. 또 적군에게 남편을 잃은 슬픔을 달래며 마을사람끼리 화합과 단결을 다짐하던 춤인 만큼 그 바탕에 깔린 민족사적 의미를 새로이 부각시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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