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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 공동과세 NO!

중앙일보

입력

행자부와 서울시가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추진할 예정인 '재산세 공동과세 50% 지방세법 개정(안)'을 놓고 일부 지자체와 구의회,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다.
서울 강남·서초·송파·중구 등 4개구 국회의원과 구청장,시·구위원 등 30여명은 지난달 29일 서초구청 회의실에서 연석회의를 열고 ▶재산세 공동과세를 반대 ▶대안을 논의할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자리에서 박성중 서초구청장은 "재산세의 50%를 공동세로 전환할 경우 1700억 원 규모"라며 "이를 재정자립도가 낮은 19개 구에 20억~150억 원씩 배분하더라도 재정자립도 상승률은 1~8%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자치구간 재정격차해소를 위해 국세와 지방세, 시세와 구세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구청은 지난해 기준 서울 지역 25개 구청 중 재산세 수입 1~4위를 차지했다.
이에 앞서 맹정주 강남구청장·박성중 서초구청장·김영순 송파구청장·정동일 중구청장 등 4개 구청장은 '자치구간 재정격차 완화를 위한 지방세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동합의문을 발표했었다.
이들은 공동합의문에서 "강남.북 간 균형발전을 위한 자치구간 재정격차 완화란 법안의 취지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구세(區稅)인 재산세의 50%를 걷어 자립도가 낮은 구에 배정하려는 '재산세 공동과세 50% 안'은 4개 구의 자립도마저 낮추는 등 구 재정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자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세법 개정에 앞서 국세와 지방세, 서울 시세와 자치 구세의 세원 배분 구조를 재검토해 기초자치단체의 재원을 충실히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 선진국의 경우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6대 4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8대 2로, 세원 구조가 열악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서울시와 자치구는 세원 비율은 9대 1로, 도와 시·군의 6대 4에 비해 훨씬 불균형적이라는 것이다. 서초구청 유재홍 재무1과장은 "서울시와 자치구 세수 비율의 불균형을 무시하고 강남·북 간 세수 불균형을 이유로 자치구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조리한 처사"라며 "재산세 공동과세 50% 안이 시행되면 그동안 재정자립을 유지해 오던 서초·송파·중구 등까지 재정 비자립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산세 공동과세 50%란= 서울지역 25개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격차를 완화하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예컨대 각 구청에서 걷은 재산세의 50%를 떼어 서울시에 납입하게 한 뒤 서울시가 공동세로 조성, 25개 자치구에 똑같이 분배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 등 53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해 오는 4월 임시 국회에서 처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각 구청이 공동과세 납입을 거부할 경우에 대비해 구가 재산세의 50%를 시에 납입하지 않더라도 이 돈을 강제집행할 수 있는 법률적 권한을 서울시에 부여하는 방안도 국회에서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서울시 자치구간 재산세 격차가 최고 13.2배에서 4.1배로 줄어든다는 것이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결국, 재산세가 많이 걷히는 강남지역 구(區)가 손해를 보고 재산세 수입이 적은 강북 지역이 혜택을 보게 된다.
실제 올해 강남구의 예상 재산세 수입은 2090억여 원으로 재산세 수입이 제일 적을 것으로 보이는 강북구(150억여 원)의 13.2배인데 재산세 공동과세 50%가 적용되면 4.1배로 재산세 수입 격차가 줄어든다.

◇왜 반발하나= 재산세 공동과세 50% 안이 적용되면 강남·서초·중·송파·종로·영등포구 등 6개 구에서 1681억 원이 갹출 된다. 이 돈으로 19개 구에 배분하면 구별로 최저 18억~155억 원이 지원된다.
결국, 12억(종로구)~810억 원(강남구)의 재산세를 서울시에 내놓아야 하는 6개 구의 재정 출혈(?)에 비해 혜택을 받는 구의 재정 완화 효과는 미흡하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예컨대 올해 전체 예산액 3694억 원 중 재산세가 2090억 원으로 전체의 56.5%를 차지하는 강남구의 경우 재산세 공동과세 50% 안이 시행될 경우 주민복리를 위한 가용재원이 당초 1314억 원에서 500억여 원으로 줄어들어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재산세 50% 안을 추진하는 대신 서울시 조정교부금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전 서울시에서 걷어드리는 취.등록세의 50%를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구에 주도록 돼 있는 '서울시 조정교부금'을 60%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4120억 원의 재원이 증가돼 재산세 공동과세 50% 안보다 2배 가까운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파구 이종효 세입총괄팀장은 "광주 70%, 대전 68% 등 타 광역시의 경우 조정교부율이 서울시보다 훨씬 높다"며 "자치구에 짐을 떠안길 것이 아니라 정부와 서울시가 세법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통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이 정책도 결국 '강남 죽이기'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강남 주민이 연간 납부하는 국세가 지난해 기준 9조 7000억 원, 시세가 1조 5000억 원으로 여느 지자체와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데 또다시 구세를 빼앗아가려는 정부와 서울시의 계획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의 시·군·구간 지방세 수입 및 재정자립도 격차 문제가 서울보다 훨씬 심각한데도 굳이 서울지역에만 재산세 공동과세 50%를 적용하려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강남구청 신무식 재무국장은 "평등 분배의 원칙에 입각해 재정이 서울시보다 빈약한 지방 광역자치단체에서 서울시에 공동세를 요구할 때 무슨 논리로 대응할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프리미엄 홍창업·최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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