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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사관(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서울 명동의 금싸라기땅 2천9백73평. 시가 1천5백억원. 주한 자유중국대사관 부지현황이다.
한중수교가 임박하자 이 금싸라기땅을 둘러싼 대만과 중국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져 우리정부의 외교적 입장을 난처하게 하고 있다. 대만측은 이미 지난해말부터 부지 「매각처분」의사를,중국측은 최근「처분불허」요청을 각각 우리정부에 전해왔다.
한중 두나라가 맺은 최초의 근대적 외교조약은 1882년 체결한 조청 수륙무역장정. 이 조약에 따라 청나라의 진수상이 조선상무위원으로 서울에 부임,지금의 대만대사관 자리를 공관부지로 구입해 청상회관을 건립한 것이 주한 중국공관의 시초였다.
진은 계속 인근 가옥들을 구입해 터를 넓혔는데 3년후 원세개가 부임할 무렵에는 공관면적이 6천4백여평이나 됐다.
청나라말인 1909년 공관부지 2천2백평에 학교를 건립,현 한성화교학교가 됐고 지난 67년에는 코스모스백화점에 부지 1천평을 떼팔아 지금의 대사관건물 신축비용으로 썼다.
한중수교로 부지가 중국에 귀속되기전 처분해버리려는 대만측의 매각추진은 우선 몇가지 현실적 난관으로 뜻대로 진행이 안되고 있다.
첫번째 난관은 덩어리가 커 선뜻 원매자가 나서지 않고,둘째는 화교들이 매각반대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은 미국에서 79년 미중수교 직전 대사관 및 관저를 대만 민간단체에 불과 단돈 10달러에 매각,중국정부로의 귀속을 피한 일이 있다.
그러나 프랑스와 일본의 경우에서는 중국정부로 넘어가고 말았다. 프랑스에서는 불중수교가 이루어지자마자 재빨리 대사관건물을 유네스코주재 대만대표부용으로 명의이전했으나 프랑스정부가 경찰력을 투입,강제 퇴거시킨후 중국에 넘겨주었다.
현재로는 대만정부가 명동 중국대사관의 합법적인 소유자다. 국제법과 국내법규에도 우리 정부가 대만측의 대사관부지 처분을 규제할 법적근거는 없다.
그러나 자국언론등을 통해 주한 대만대사관부지 매각의 불가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는 중국측의 입장도 만만치가 않다.
난처한 입장이지만 우리정부는 프랑스에서와 같은 일이 없도록 신중한 입장으로 대만­중국간의 명동 땅싸움에 대처해 나가야겠다.<이은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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