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스타들 화끈한 '부상 씻김굿'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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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부상의 악몽은 털어 버렸다."

2007시즌 프로야구가 부상에서 돌아온 스타들의 대분전으로 초반부터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가장 진한 감동의 재기 스토리는 이대진(33.KIA)이 엮어냈다. 이대진은 7일 LG와의 잠실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삼진 3개를 솎아내며 3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2003년 5월 11일 SK전 이후 3년11개월 만이다.

4년 연속(1995~98년) 10승 이상, 데뷔 후 6시즌 동안 76승(44패)을 거두며 해태(현 KIA)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이대진이었지만 99년 어깨 수술 후 지난 시즌까지 9승에 그쳤다. 2002년엔 타자로 변신해 선수 생명을 연장해 보려고도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대진이 등판한 날 팀 동료들은 '승리를 안겨주자'고 다짐했고 최고참 이종범을 비롯해 모든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몸을 아끼지 않았다.

서정환 KIA 감독은 "이대진의 투혼이 후배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워낙 잘 던졌던 투수라서 더 등판하면 직구 구속도 2~3㎞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진과 90년대 중.후반 해태의 필승 계투진을 형성한 임창용(31.삼성)도 8일 두산전에서 재기 신고를 했다. 1년10개월 만의 선발승을 따낸 것이다. 5이닝.4안타.4볼넷.5탈삼진.3실점. 5회 초 병살 기회를 수비 실수로 놓쳐 결과적으로 투런 홈런으로 이어진 것이 아쉬웠다. 이 승리로 임창용은 한국 프로야구 사상 17번째로 통산 100승(59패) 투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임창용은 경기 후 "초구.2구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해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고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으나 팀 관계자는 "팔꿈치 부상 직전의 구위는 회복했다. 당분간 전병호.임동규와 함께 3~5선발진을 형성할 것"이라며 재기에 긍정적인 사인을 냈다.

타석에선 '돌아온 거포' 심정수(32.삼성)와 '대한민국 4번 타자' 김동주(31.두산)의 호쾌한 장타가 불을 뿜고 있다. 심정수는 6일 개막전에서 두산 리오스를 상대로 비거리 110m의 우월 홈런을 쳐냈다. 8일에도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리며 3경기에서 3타점을 기록 중이다. 2002년과 2003년 각각 46개, 53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이승엽(요미우리)과 점입가경의 홈런 레이스를 벌였던 심정수다. 그러나 이승엽이 일본으로 떠난 2004년 22개, 2005년 24개로 줄어들더니 지난해엔 왼쪽 어깨와 무릎 수술로 1홈런에 그쳤다.

지난해 초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어깨 탈구의 중상을 당했던 김동주도 개막전에서 125m의 대형 스리런 아치를 그리는 등 3경기에서 4타점을 올렸다.

올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되는 김동주는 이미 시범경기에서 두 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등 대한민국 4번 타자의 힘을 보여줄 기세다. 심정수와 김동주가 가세함에 따라 지난 시즌 고작 26개로 탄생했던 홈런왕(이대호.롯데)이 올 시즌엔 40개는 넘어야 가능할 전망이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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