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땅 매각 거부하던 경찰청 KT 민원 8일 만에 수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2005년 KT와 현대건설이 추진한 서울 성수동 '서울숲 힐스테이트 아파트'개발 사업에 특혜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은 9일 "힐스테이트 아파트는 토지 미확보 문제 때문에 사실상 건축허가가 불가능했지만 당국의 각종 특혜를 받아 사업 계획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는 2005년 5월 9일 지구단위결정고시에서 KT 측에 "아파트 출입로로 예정된 경찰청 소유의 경찰기마대 부지를 확보해야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경찰청은 부지 매각에 난색을 표시했기 때문에 사업이 무산될 뻔했다. 이에 KT와 현대건설은 같은 해 7월 1일 감사원에 경찰기마대 부지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바로 이 과정에서 '특혜성 감사'가 있었다는 게 김 의원 주장이다.

김 의원은 "감사원은 금요일(7.1)에 민원을 받자마자 매우 이례적으로 즉각 월요일(7.4)부터 특별조사국 직원 2명을 성동구청.경찰기마대 등에 보내 감사에 착수했다"며 "감사원은 7월 4일부터 20일까지 10여 차례나 구청에 전화를 걸어 '경찰 부지 문제는 건축허가 전까지 해결하겠다는 조건을 달아 서울시에 건축심의를 요청하라'고 권유했다"고 밝혔다. 결국 성동구청은 7월 21일 감사원의 권고대로 서울시에 건축심의를 요청했다. 김 의원은 "경찰청이 토지 매각을 거부하고 있는데도 성동구청이 매각을 전제로 심의를 요청한 것은 감사원의 압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KT는 같은 해 10월 24일 경찰청에 '국유재산 매수 신청서 제출 및 협조 요청'이란 공문을 보내 문제의 출입로 부지를 매수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공문은 11월 1일 서울경찰청으로 이첩됐고, 11월 9일 서울경찰청은 "대체 부지 및 시설을 제시하면 검토하겠다"며 수용 입장을 밝혔다. "부지 매각에 반대하던 경찰이 민원 접수 8일 만에 찬성으로 돌아선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 권력형 로비 있었나=김 의원은 이번 특혜 의혹의 배경에 KT 관계사의 회장인 K씨가 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경찰청에 민원을 제기한 주체는 형식적으로 KT.현대건설 사장이지만 실제 접촉은 K씨가 했다는 것. 김 의원 측은 "K씨가 지난달 23일 국회 사무실로 찾아와 '민원을 넣은 것은 누가 (민원을) 넣으라고 해서 넣은 것'이라고 털어놨다"며 "'하지만 (감사원.경찰청) 누구한테 전화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K씨는 민원 해결을 위해 성동구청 L과장과 3~4회 만난 사실은 인정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10일 대정부 질문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발언을 할 예정이다.

K씨는 건설업자 출신으로 업계.공무원들 사이에서 마당발로 유명하며 정치권에도 인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권 인사는 "K씨는 고향이 전남 화순이어서 구여권 호남 지역 정치인들과 잘 아는 사이며, 현 정부 핵심 실세 L씨와도 친하다"고 말했다. K씨는 이날 해명을 받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 "정상적 업무처리였을 뿐"=감사원.경찰청은 김 의원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KT의 민원을 처리한 직원 두 명은 그때가 마침 현장 방문 기간이었기 때문에 즉각 현장에 나갈 수 있었던 것일 뿐"이라며 "그 무렵 다른 민원도 접수한 지 사흘 만에 현장 조사에 나간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도 "해당 부지가 도로용지여서 무작정 매각하지 않겠다고 버틸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KT 측이 대체 토지를 제공한다면 응하겠다는 내부 입장을 세워놨었다"고 밝혔다.

김정하.장정훈 기자

◆ 서울숲 힐스테이트 아파트=KT.현대건설이 4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 인근에 조성하는 445가구의 고급 아파트 단지. 지난해 11월 분양에서 75 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고, 92평형의 경우 평당 3250만원의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