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없고 일요일 예배 안 열려도 종교 활동 건물은 면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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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십자가가 없고 일요일 예배가 열리는 곳이 아니어도 교회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전통적인 교회와 다른 형태일지라도 기독교 신앙을 기본 이념으로 삼고 비영리 활동을 펼치는 데 사용하는 건물이라면 면세 대상이 된다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기독교 이념에 바탕을 둔 가정 사역기관 '하이패밀리 사랑의 가정연구소'는 9일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하이패밀리 부당과세 1심 승소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송길원 목사를 중심으로 여러 목회자가 설립한 하이패밀리는 '날자! 기러기 박람회' 사업, '행복한 가정 만들기 세미나' 등 기독교에 바탕을 둔 가정회복 운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지난해 서초구청은 서울 양재동 소재 하이패밀리 건물에 취득세.등록세 등 3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부과했다. '직접적인 종교활동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송길원 목사 등은 서초구청을 상대로 취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에서 "외형적인 의식보다 삶의 현장 속에서 교리의 의미를 깨우치고 이를 적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복잡.다양해지는 사회에서는 선교의 방법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고 하이패밀리의 활동을 종교 사업으로 해석했다. 이는 종교 활동에 대한 해석을 구체화하고 그 범위를 넓힌 것으로 다른 종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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