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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4000km 아메리카 대륙 종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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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세스 워런(右)과 타일러 브래트가 1일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 도착한 뒤 자신들이 타고온 트럭의 연료정화 장치를 살펴보고 있다. [우수아이아 로이터=연합뉴스]

감자 튀김 냄새가 물씬 풍기는 붉은 소방차 한 대가 1일 '세상의 끝'이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남미 아르헨티나 남단 우수아이아의 3번 고속도로 종점에 도착했다. 이곳에 도착한 두 명의 미국 청년은 기쁨을 이기지 못해 펄쩍펄쩍 뛰었다. 2006년 7월 북아메리카의 가장 북쪽인 알래스카 북단을 출발한 뒤 9개월을 꼬박 달려 남아메리카의 최남단에 도착한 것이다.

그들은 폐식용유와 돼지 지방, 바이오 디젤 등 이른바 바이오 연료만 사용해 3만4000㎞의 대장정을 마쳤다.

세스 워런(29)과 타일러 브래트(20)는 애초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방출하는 화석연료를 대신할 연료를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여행을 기획했다. 이들은 대체에너지 박람회에서 동식물 기름으로도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평소 꿈이었던 '기름과 물'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작정했다. 이 프로젝트는 노를 저어 움직이는 카약(에스키모가 바다표범 가죽으로 만든 1인용 소형 선박)과 대체연료 사용 자동차 여행을 병행한 여행을 말한다.

인터넷에서 구입한 9t짜리 소방차의 엔진을 바이오 연료를 쓸 수 있게 개조한 이들은 트럭에 카약을 싣고 겁없이 길을 떠나 남쪽으로 향했다.

'아기(baby)'라고 이름 붙인 소방차에는 식물성 폐기름과 돼지 기름을 정화해 디젤 엔진 연료로 바꿔주는 탱크를 달았다. 때로는 주유소에서 바이오 디젤을 사서 넣기도 했지만 대부분 동식물성 기름을 연료로 썼다.

여행 도중 연료 탱크를 채운 기름은 수십 종류나 된다. 알래스카에서는 물고기 기름을 썼고,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에서는 돼지고기 튀김을 파는 노점 치카로네라스에서 돼지 비계를 얻어 사용했다.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에서는 야자유를 이용했고, 볼리비아와 칠레에서는 콩기름을 사 넣었다. 패스트푸드 식당 앞에 차를 세우고 폐식용유를 얻어 쓰기도 했다.

두 사람은 가는 곳마다 현지 미국 대사관의 지원으로 대학생과 어린이를 상대로 바이오 연료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강연과 자동차 주행 시범을 보여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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