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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연료없이 날 수 있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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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연료통도 엔진.배터리도 없는 비행기가 날 수 있을까? 글라이더 비행기처럼 공중으로 끌고올라가 놓아둬 기류를 타고 가는 것이라면 가능하다. 그러나 첨단 기술은 적외선 레이저나 빛만을 비춰주면 동력을 만들어 프로펠러를 돌려 비행할 수 있게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앨라배마주에 있는 마셜우주센터에서 최근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 레이저를 쏘아 초소형 비행기를 띄워 올려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에 사용한 초소형 비행기는 날개를 폈을 때의 길이가 1백52㎝며 무게는 3백11g이다.

적외선 레이저를 비행기에 부착된 태양전지판에 쏘아주면 태양전지가 레이저를 프로펠러로 돌릴 수 있는 전기로 바꿔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기를 저장할 전지나 연료통이 필요 없다. 태양전지를 단 비행기는 이전에도 많이 개발됐지만 지상에서 레이저를 쏘아 밤낮에 구애받지 않고 비행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NASA는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일반 빛을 쏘여줌으로써 비행 동력을 얻게 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 두가지 실험에서는 빛 공급이 계속되는 한 비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 무선 동력 전달이 마이크로파에서 가시광선, 레이저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지금까지 동력은 전깃줄로 전기를 공급받거나, 엔진을 장착해야 가능했다. 그러나 무선 동력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응용분야를 개척해 가고 있다. 단순히 전기를 무선으로 전송하는 것에서부터 비행기의 동력 전달, 인체 내부에 내장한 생명유지 장치의 동력 공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동력을 전달하는 매체도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는 마이크로파에서부터 일반 빛.자외선 레이저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레이션사는 1964년 18m 떨어져 있는 헬리콥터에 전기를 무선으로 전송해 뜨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미국 스카이새트 커뮤니케이션사는 지상 20㎞에 길이 37m짜리 전기를 받는 날개판을 단 비행기를 띄워 놓은 뒤 무선으로 전기를 공급해 6개월간 자유 비행을 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과 캐나다도 이런 비슷한 실험을 하고 있다.

원리는 전기를 마이크로파로 바꿔 목표지점의 안테나로 전송한다. 수신부의 안테나로 받은 전파는 정류기라는 기기로 다시 전기로 바꾸는 식이다. 전환 효율은 85% 이상. 이를 일반 가정에서는 불을 밝히는데, 비행기에서는 프로펠러를 돌리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전기의 무선 전송기술은 달이나 우주궤도에서 태양전지로 생산한 전기를 지구로 가져올 수 있는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우주에 축구장 수백개 크기의 태양전지판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한 뒤 마이크로파로 바꿔 지구로 전송하는 식이다. 이미 이에 대한 연구가 미국.일본 등에서 상당 부분 진척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전기정보망 기술연구그룹 김관호 박사는 "전기의 무선 전송기술은 낙도에 전기를 공급하고 전깃줄을 끌고 갈 수 없는 곳에서 작업하는 로봇에 동력을 공급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며 "전기를 싣고 가는 전파인 마이크로파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는 기술 개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NASA가 개발한 자외선 레이저로 작동하는 비행기는 규모를 키우면 소리 없이 적진에 침투해 들어가거나 통신중계 장비로 활용할 수 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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