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키즈 광란」무리한 기획이 불상사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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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악의 사태로 치달은 17일「뉴 키즈 온 더 블록」의 공연은 가물에 콩나듯 외국 대중음악 공연이 개최되는 우리의 대중문화 환경에서 공연의 기획·준비·진행 등 전반에서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
대중음악 공연들이 구조적으로 발생시키는 일반적인 문제는 물론, 경험이 없는 데다 무리한 기획이 빚은 이번 사태는 앞으로 오랫동안 국내에서의 대중음악 공연 존재 자체를 황폐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69년 클리프 리처드의 이대강당 공연과 80년 레이프 개럿의 잠실체육관 공연 등에서의 부정적인 사태가 이번 공연에서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증폭된 것도 한국 대중문화의 저급성과 공연 문화의 낙후성이 낳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7일「뉴 키즈」의 공연자체에서는 스타에 대한 맹목적인 광기를 통제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극도로 부추겼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공연장의 무대 가까이에 지나치게 많은 4천여명의 관객을 밀집시켜 불상사를 필연지사로 만들었다. 또 경험이 부족한 주최측과 후원사가 ▲입장권 매진 이후에도 과다하게 홍보한 점 ▲상혼에 의한 무리한 관객동원 ▲광적인 팬들을 집중적으로 배치한 점도 표면적인 사태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연장 자체의 문제점에 대해 이날공연을 지켜본 SBS-TV 이남기 부장은 『과열되면 저절로 일어나 몰리게 되는 공연장 바닥의 관객을 지나치게 밀집시키고, 공연 경비에는 경험이 없는 경찰·아르바이트경비원들이 분위기를 진정시키기보다 시야를 가리거나 감정을 음악 이외로 유도한 점, 관객과 무대사이에 간격을 너무 밀착시킨 점등이 근본적으로 미숙했다』고 말했다.
특히 나이트클럽 등에서처럼 공연장 바닥의 열기를 자연스럽게 음악 자체로는 소화해내지 못하고 기형적인 감정고조로 치닫게 한 무대 연출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말았다.
청소년의 억제하지 못하는 감정을 최고조로 자극하는 대중음악 자체의 속성을 감안하지 못한채 정식 직원이라곤 10명밖에 안되는 서라벌 레코드사라는 소규모 기획사가 이번 공연을 급조 성사시킨 것부터 불상사를 예고하고 있었다.
공연기획전문가들은 『대중음악 공연에서 당연히 발생하는 열기는 음악 레퍼터리나 무대연출로 소화해야하며 지나친 경비병력으로만 통제하겠다는 식은 컴컴한 장내와 굉음의 연주 상황에선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약 10년을 주기로 대규모 광란의 공연이 벌어지고 대중음악공연의 발상 자체를 단죄시하는 사회분위기가 경험 미숙, 청소년들의 불만 누적, 공연의 질보다 상업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획으로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대중음악 생산자들이 무분별한 외국 문화 유입에 앞장서고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현실도 근본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뉴키즈」와 같은 장소에서 공연한 조용필의 공연이 비슷한 수의 관객과 열기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불상사가 없었다는 사실에 비교해 볼만하다.
이번 불상사로 한국에서의 대중음악 공연은 전면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갖게 되는 바람에 대중음악 공연의 활성화를 유도한 주최측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대중음악을 암흑으로 몰고 간 꼴이 되고만 것이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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