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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직장인·주부들에“인기”/시행2년…각광받는「독학사」제도(젊은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전국에 준비생 2만여명이 “대기”/“각오달라 대학보다 더 공부”/학위딴후 대학원진학「꿈」도/내년 첫 배출… 취득자 처우개선이 과제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독학으로 학사학위를 받게되는 학사학위 취득시험제도가 젊은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독학에 의한 학사학위 취득시험을 준비하는 예비학사들은 전국적으로 2만여명.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려워 진학의 꿈을 포기한 직장인들이며 젊은 주부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26일 전문대시험을 마지막으로 92학년도 대학입시 일정이 모두 끝나 올해 대학진학 기회를 놓치게 되는 수험생들에게도 학사학위 취득의 문은 항상 열려있는 상태.
화려한 입학식이나 낭만적인 캠퍼스생활,빛나는 졸업장은 없지만 배움을 향한 이들의 뜨거운 열기는 대학생들에게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대졸 검정고시」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제도가 시행된 것은 90년부터.
아직 이 제도에 의해 학사가 탄생하지는 않았지만 내년에는 처음으로 학위취득자가 배출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체 부설학교를 졸업하고 학사고시를 준비중인 서미향씨(20·여·서울 구로공단 H사 생산직 근무)는 『학위취득후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꿈』이라며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만은 부풀어 있다고 자랑했다.
학사취득시험의 교육과정은 정규대학과 거의 비슷해 일반대학의 4학년 과정은 학사고시에서 교양,전공기초,전공심화,학위취득 종합시험과정 등 4단계로 나눠져 있으며 취득학점대신 1년에 한번씩 단계별로 분기에 치러지는 시험을 거쳐 다음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교육부에서 주관하고 중앙교육평가원에서 출제하는 시험은 평가과목당 1백점 만점에 60점이상을 얻어야 하며 한번 합격한 과목은 평생 유효하다.
단계별로 필수·선택과목 합해 5∼6개과목의 시험을 치르며 이중 3분의 2이상인 3∼4개과목에 합격하면 다음단계의 시험을 볼 수 있다.
마지막 단계인 학위취득시험은 3단계까지의 모든 과목에 합격하여야 응시자격이 주어지며 전과목을 한꺼번에 통과해야 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개설된 학과는 국어국문학·영어영문학·법학·경영학·가정학·수학과 등 6개이며 올해 행정학·전자계산학·농학과가 증설되고 앞으로 간호학·유아교육학과도 신설될 예정이다.
교과서는 없으나 중앙교육평가원에서 발간하는 시험학습안내서나 교재를 참고하는 것이 좋으며 평가원이나 시·도교육청의 독학정보상담실,전국 15개 공공도서관에 설치된 「독학학습센터」를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이용,일부 사람들은 출판업체로 등록,회원을 모아 교재·학습자료를 팔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최근 독학자들에게 50만∼60만원을 받고 임의로 만든 학습교재나 수강용테이프를 판매하는 행위가 늘어 피해사례가 많다며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1단계 시험을 통과한 박창수씨(22·회사원)는 『정부나 기업체 등에서 독학사들을 일정비율 의무채용하는등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주어야 이 제도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두차례에 걸친 1단계 교양시험에는 2만여명이 응시,2천5백여명이 합격했으며 지난해 치러진 2단계 전공시험에서는 2천여명이 응시,3백83명이 합격했다.
지난해 전문대를 졸업하고 3단계과정을 공부하고 있다는 최성렬씨(23·회사원)는 『치열한 경쟁을 거쳐 막상 대학에 입학하면 학업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며 『오로지 자신과 책과의 싸움인 독학학사과정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아 보람이 크다』고 한다.
학벌만능의 사회풍토가 빚어낸 수많은 젊은이들의 좌절감과 열등감이 이 제도를 통해 다소나마 완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이들의 작은 바람.
아울러 대학진학에 대한 과잉욕구를 해소하고 평생교육을 지향한다고 표방한 교육당국에서도 독학학사들에 대한 처우개선등에 특별한 배려를 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한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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