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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지역구는 '한지붕 두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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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선 주자 입장에선 8월 경선에 대비해 지역마다 대의원.당원을 공략할 조직 책임자가 필요하다.

이렇게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져 한나라당은 지구당별로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당 관계자들은 "당의 전체 지역구 243곳 중 100여 곳에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측의 조직책이 맞붙고 있다"고 말했다. 당이 임명한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옛 지구당위원장)과 각 캠프가 미는 '사설(私設) 위원장' 간 갈등이 전국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다. 판치는 사설위원장들이 당 분열의 씨앗이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 곳곳서 친이.친박 마찰=대구 동을 지역구는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유승민 의원이 당협위원장이다. 하지만 이곳에선 이 전 시장의 대구지역 조직 사업을 맡은 박창달 전 의원과 이 전 시장의 외곽지원 조직 성격이 강한 6.3 동지회 대구시지부 위원장인 서훈 전 의원 2명이 내년 공천을 노리며 뛰고 있다. 여기다 이 전 시장 캠프 핵심 인사인 이재오 최고위원과 친분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훈 전 동구청장까지 재기를 노리고 있다.

반대로 이 전 시장의 비서실장인 주호영 의원 지역구(대구 수성을)에선 2월 초 주 의원이 이 전 시장 캠프에 합류한 뒤 '박심(朴心)'을 등에 업고 있다고 자처하는 인사 서너 명이 나타났다. 이 중 한 전직 시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 공천 탈락에 불만을 품고 탈당했다 최근 다시 지역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경우다. 그는 지난달 '친(親)박근혜 행사'인 대구.경북재도약포럼에 지역구 당원 50~60명을 참석시켰다.

부산에선 친박근혜 성향인 김병호(부산진갑) 의원의 지역구가 그런 경우다. 김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2심까지 당선 무효형을 받았다. 대법원에서 같은 형이 내려지면 보궐선거를 해야 한다. 이때를 잡으려고 이 전 시장의 지원을 노리고 뛰는 인물이 10여 명이다.

부산의 또 다른 지역구에선 현역 A의원이 이재오 최고위원과의 친분 때문에 일찌감치 친이명박 사람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구 출마를 원하는 현역 구청장과 부산시 의회의 고위 인사가 친박근혜 성향이어서 A의원과 신경전을 빚고 있다. 친박근혜 성향의 두 사람 사이에도 알력이 잦다고 한다.

심지어 중립 인사이며 당 사무총장인 황우여(인천 연수) 의원이 최근 당 회의에서 "내 지역구에도 사설위원장이 나타났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 불 뿜는 원외 대결=3일 이 전 시장이 재.보선 선거사무원 개소식 참석차 충남 논산을 방문했을 때다. 이 행사에 자민련 출신의 K 전 의원이 참석했다.

이 지역 원외 지구당위원장인 B씨는 친박근혜 성향이기 때문에 이 전 시장 측이 지난해부터 K 전 의원을 사설 조직책으로 선정해 지역을 관리해 왔던 것. 그러나 행사 뒤 B위원장 측이 "K 전 의원은 아직 입당조차 하지 못한 사람인데 무슨 자격으로 당 행사에 나타났느냐"며 거칠게 항의해 소란이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당협위원장이 현역 의원이 아닌 곳은 경쟁이 훨씬 더 심하다.

친박근혜 성향으로 분류되던 위원장이 지난해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은 경기 용인갑은 자신이 '이명박 조직책'이라고 주장하는 인물 5~6명이 경쟁하고 있다.

올 2월 사설위원장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열린 경기도당 긴급운영위원회에서 경기도 남부 지역의 한 원외위원장은 "올 초 내가 경선에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선언하자마자 이 전 시장 측에서 2명, 박 전 대표 측에서 1명,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에서 1명 등 4명이 나타나 서로 '내가 내년에 공천받는다'며 지역구를 누비기 시작했다"고 하소연했다.

◆ 잠재적 화약고 비례대표=21명이나 되는 비례대표 의원 중 상당수가 내년 지역구 출마를 노리고 있는 것도 당 균열의 불씨다. 이 전 시장 캠프의 브레인인 윤건영(비례대표) 의원은 박 전 대표 캠프의 경북지역 책임자인 이인기(경북 고령-성주-칠곡) 의원 지역구를 희망한다.

이 전 시장 측 공보를 맡고 있는 진수희(비례대표) 의원은 박 전 대표 측 이혜훈(서울 서초갑) 의원 지역구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되는 이주호(비례대표) 의원은 고향이 대구여서 이 전 시장과 가까운 대구 지역 의원들의 경계 대상이다.

김정하.남궁욱 기자

◆ 사설위원장=이 전 서울시장과 박 전 대표 간 대립이 뜨거워지면서 등장한 신조어. 최근 당이 임명한 공식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두 대선 주자 중 한쪽에게 줄을 서면 다른 주자 측에서 해당 지역에 '대항마'를 세우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들을 '사설(私設)위원장'이라고 부른다.

*** 바로잡습니다

4월 9일자 6면 '한나라당 지역구는 한 지붕 두 가족' 제목의 기사에서 이주호 의원을 박근혜 전 대표 측 인사로 분류했으나 이 의원이 "경선에서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알려와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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