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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국연 통합군 무산/우크라이나등 3국 반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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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개국만 창설에 합의/핵무기는 전략사령부서 단일 통제
【민스크 AP·이타르­타스=연합】 독립국가연합(CIS)은 14일 벨로루시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참가국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등 3개국의 거부로 구소련군을 토대로 한 CIS 통합군창설에 실패했다.
그러나 러시아·벨로루시 등 8개국은 참가국의 독자성이 크게 반영되는 통합군 체제를 창설키로 합의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대통령이 낸 절충안을 기반으로 하는 합의는 ▲CIS 임시 통합사령부를 구성하며 ▲앞으로 2년간의 과도기간중 각각 독자군을 창설한후 ▲자발적으로 통합사령부 휘하로 들어간다는 내용인 것으로 발표됐다.
CIS 정상들은 핵무기의 경우 이미 합의된대로 전략군사령부를 통해 계속 단일 통제키로 다짐하고 구소련군 재산분할등 미결문제를 다음달 2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레오니트 크라프추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회담후 기자회견에서 CIS가 『통합군을 갖는 쪽과 독자군을 갖는 두 무리로 나뉘었다』고 CIS 통합군창설이 무산됐음을 확인했다.
통합군 체제 유지에 동참한 국가들은 러시아·벨로루시·아르메니아·카자흐·투르크멘·키르기스·타지크·우즈베크등 8개국이며,벨로루시와 우즈베크는 통합군 체제에 편입되더라도 독자군의 자율성이 특히 보장돼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민스크회담 결과와 관련,전군장교회는 이날 구소련군 분할이 있을 수 없다는 태도를 다시한번 천명했다. 또 이날 우크라이나 배치 전술폭격기 6대가 러시아계 조정자들에 의해 러시아로 무단 이탈하는등 군내 동요와 함께 CIS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됐다.
◎참가국들 이견만 재확인/사실상 와해위기 직면… 과도기간 설정등 진전(해설)
14일 벨로루시 수도 민스크에서 개최된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담은 참가국간 기존의 이견만을 다시 한번 확인한채 끝맺었다.
11개 회원국중 8개국이 통합군창설에 합의하고 2년간의 과도기간을 설정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지만,우크라이나·몰도바·아제르바이잔 3개국이 끝까지 독자군 창설을 고집한 것은 CIS가 사실상 와해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CIS가 당초 기대했던만큼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대통령의 발언이나,『CIS는 국가가 아니다. 통합군 체제는 단일 국가에만 존재할 수 있다』는 레오니트 크라프추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말처럼 CIS의 성격과 운용에 대한 각 참가국의 입장과 견해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우선 당장 문제가 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몰도바·아제르바이잔 주둔 구소련군의 관할권문제가 8개국 통합군 창설작업과 함께 맞물리면서 마찰을 빚을 것이다.
또 흑해함대 관할권 문제,재래식군과 전략군의 구분문제,군조직개편 문제 등을 둘러싸고 통합군 유지희망 8개국과 독자군희망 3개국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것이며,8개국 내부에서도 군의 인사권·예산배분 문제 등을 놓고 대립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갈등은 특히 지난 90년 11월 파리에서 합의된 유럽배치 재래식 무기 감축협정(CFE) 이행이라는 국제문제와 결부되면서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러시아가 오는 95년까지의 과도기간을 특별히 강조하면서 통합군 유지를 희망했던 것도 이와 연관돼 있다고 분석된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군사보좌관 콘스탄틴 코베츠 장군은 12일 이즈베스티야지와의 인터뷰에서 재래식 무기중 상당부분이 러시아 영토밖에 배치돼 있으며 러시아가 군대도 없는 상태에서 서방과 군축협상을 벌일 수는 없다고 지적,통합군 구성에 실패할 경우 러시아 독자군을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구소련군은 CIS통합군에 충성을 맹세할 것인가,아니면 우크라이나등 독자군에 충성을 맹세할 것인가를 놓고 중대한 「정치적 결정」을 내려야할 상황에 처해 있다.
일부 구소련군 장교들은 이러한 상황을 최대한 이용,자신들의 입지확보를 위한 정치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적절한 절차나 통제없이 계속될 경우 통합군이라는 명분으로 군이 각 참가국 내정에 간여할 가능성도 있다.
14일 민스크 회담 결정은 결국 러시아의 영향권하에 들어가기를 희망하는 국가와 완전 이탈을 꿈꾸는 국가간 편가름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현재는 러시아의 경제력에 기대 통합군 유지에 합의한 국가들도 상황이 변할 경우 독자노선을 걸을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현재의 기득권과 경제적 이점(천연가스·원유등 공급)을 활용해 CIS참가국을 회유·협박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도 크림지역 문제,흑해함대문제를 놓고 갈등이 심화될 경우 경제봉쇄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질식시킬 수 있지만 그 다음날 러시아도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라는 크라프추크 대통령의 경고처럼 러시아는 참가국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CIS를 대표하는 강대국이 되고자하는 러시아의 희망은 앞으로 어떠한 방법으로 참가국들을 회유하고 끌어들일 방법을 발견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하겠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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