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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사조직해체에 거는 기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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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29이후 군사권위주의 정치체제에서 벗어나 민간 민주주의를 지향하면서 우리 군은 그동안 꾸준한 자체개혁노력을 벌여 왔다. 그러나 그것들은 대부분 제도적 측면의 개혁들이기 때문에 표면적·공식적인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비해서 최근 국방장관·육군참모총장 등 군수뇌부가 교체되면서 군의 자정노력은 내면적·실질적인 분야로 심화되어 한단계 성숙된 느낌을 갖게 한다.
그중 특히 주의를 끄는 것은 「폭탄주 추방」운동을 시작한 육군이 다시 군내의 사조직 추방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진영 육군참모총장은 최근 대대장급이상 지휘관과 참모들에게 보낸 지시각서에서 「배타적인 집단이기주의」를 유발해온 군 내부의 종적인 『사조직을 단시일안에 완전히 해체하라』고 시달했다. 이것은 군을 아끼고 걱정해온 국민들에게 신선한 노력으로 받아들여질만한 일이다.
군내의 대표적인 종적 사조직으로 알려진 「하나회」만 보아도 그 영향이 얼마나 부정적인 것인가는 쉽게 알 수 있다.
군의 사조직은 우선 수차례의 정변과 정치개입의 핵심단위였다는 것은 일반화된 상식이다. 5공의 창출과정에서 이런 병폐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공조직내의 사조직은 어디에서나 공적인 지휘체계를 어지럽혀 조직의 단결과 능력을 저하시킨다. 더구나 지연·학연 각종 인연을 매개로한 사조직이 인사문제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 조직은 조직으로서의 체계와 권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우리 군내부에 종적인 사조직이 어느 정도 얽혀 있는지 우리로서는 상세히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참모총장이 공식문서로 그 해체를 명령할 정도라면 이미 상당히 만연돼 있고,그 병폐를 더이상 방관할 단계가 아니라는 인상을 갖게 한다.
군이 사조직의 발본색원을 시작했다면 사조직의 현황과 그 해체과정까지 소상히 밝혀 군이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운영되고 있음을 믿게 해야 할 것이다.
이미 보도된 김진영 참모총장의 지시각서에 의하면 김총장은 현재의 우리국군의 위상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고도 올바르게 설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군의 「내부지향」을 강조함으로써 정치적 중립화를,「미래지향」을 강조함으로써 발전상의 선진화를,「전문화」를 강조함으로써 군의 프로페셔널화를 표방했다. 이것은 지금 우리 국군이 당면하고 해결해 나가야할 기본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60년대이후 우리국군은 전투없는 상태에서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정치에 깊이 개입해 옴으로써 국민과의 위화감을 조성했고,불신의 대상이 돼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제 군은 육군이 앞장서서 민주화의 수범을 보이고 있고,과거의 왜곡된 위상에서 벗어나 올바른 군사문화의 창달을 지향하고 있어 국민의 기대를 모은다. 이런 육군의 노력과 수범이 전군에 확산돼 국민과의 화합과 신망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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