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에 투자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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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탄소펀드.물펀드.삼겹살펀드.고철펀드….'

최근 펀드투자금액이 240조원을 넘어서면서 기상천외한 펀드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외국계운용사들도 부동산과 실물 등에 투자하는 특별자산펀드를 내놓을 수 있도록 감독규정이 바뀌면서 이색펀드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상상하는건 다 있다?=에너지관리공단은 2000억원 규모의 탄소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을 주제로 한 증권을 시장에서 매매하거나,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직접 투자, 또는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방법의 펀드다.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늘어나게 되면 관련 시장이 2010년까지 150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水)'펀드도 나온다. 세계적인 물 고갈 위기에서 착안된 펀드다. 삼성투신운용은 이달 중으로 물 관련 다국적 기업에 투자하는 소위 '워터(water)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산은자산운용도 물 관련 지수에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를 준비 중이다.

지난 2월말 설정된 삼겹살펀드는 삼겹살이 쌀 때 매입해서 수요가 많아지는 여름에 팔아 수익을 배분하는 펀드다. 한우펀드도 있다. 지난해 11월 마이에셋자산운용이 만든 이 펀드는 현재 현대증권과 경기도가 판매하고 있다. 한우 송아지를 구입해 위탁사육한 뒤 판매해 수익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한국투신운용이 내놓은 고철펀드는 고철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아트펀드는 미술품을 매입한 뒤 되팔아 수익금을 배분하는 펀드다. 지난해 9월 서울자산운용이'서울아트펀드'를 출시한 이래 최근까지 3개의 아트펀드가 나와있다.

◆나쁘지 않은 수익률=삼성투신운용의 워터펀드는 벨기에 KBC사의 '에코펀드워터'를 복제했다. 모펀드는 지난 4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27%가 넘는 고공행진을 해왔다. 물이라는 자원에 투자하는 만큼 세계 경기의 큰 흐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경기가 나쁠 땐 물 관련 산업의 매출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우펀드와 삼겹살 펀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관련 시장이 개방되면 한우와 돈육의 값이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아트펀드는 특수목적회사(SPC)에 투자금을 빌려줘 매년 10%의 이자를 받고 3년여 뒤 펀드가 해산될 때 미술품 매각하는 독특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 10%+α의 수익률이 기대된다. 고철펀드의 예상 수익률은 11~12%에 이른다.

◆대부분 사모펀드=워터펀드를 제외하고 이 같은 실물펀드는 대부분 사모펀드 형태로 운영된다. 투자대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위험도가 크기 때문이다. 사모로 운영될 경우 투자자가 30인 이하로 제한돼 각 개인의 투자단위도 평균 1억원 안팎으로 클 수 밖에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펀드심의 관련 담당자들도 다양한 실물펀드의 자세한 내용을 공부해가면서 심의한다"며 "그만큼 해당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며, 투자에 대한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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