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인들 등단 기회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젊은 미술평론가를 찾아라-.
올 들어 여러 미술단체와 미술잡지들이 잇따라 미술평론상을 제정, 실력 있고 유망한 신진 미술평론가의 발굴·육성에 나섰다.
구상전·한국구상조각회 등 미술단체들이 각각 3백만∼5백만원의 상금을 내걸고 자신들의 구상계열 작품세계를 이론적으로 연구·분석할 우수한 평론가를 공모하고 있으며 석남미술상도 제12회를 맞아 미술평론상을 아울러 제정했다. 또 문화예술전문지『공간』도 올해부터 미술평론상을 부활시킬 계획이다.
이같이 미술평론가의 공모기회가 크게 늘어난 것은 신진미술평론가의 등단이 몇몇 일간지의 신춘문예밖에 없는 현실로 볼 때 새로운 평론가의 배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7년 이후 독특한 구상작품세계를 걸쳐온 미술단체 구상전(회장 황유엽)은 지난해 국내 미술단체로는 처음으로 미술평론상(상금 3백만원)을 제정, 신진 평론가를 공모했으나 첫회 수상자는 내지 못했다.
구상전은 올11월에 있을 구상전 신인공모전과 함께 다시 미술평론상을 공모할 예정이다. 이 미술상은 기존 평론가를 포함한 모든 평론가를 대상으로 구상미술에 대한 우수한 평론을 공모하는 것이지만 주로 신인 평론가의 발굴에 의미를 두고 있다.
황 회장은 『그 동안 많은 평론가들이 구상계열의 작품을 진부한 것으로 인식해 주로 비구상을 중심으로 한 현대미술작품의 평론에 치중해왔다』고 지적하고『이에 따라 구상계열 작품에 대한 이론적 연구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구상전에 이어 올해 처음으로 조각평론상을 제정한 한국구상조각회(회장 유영교)도 바로 이 같은 생각에서 출발했다.
지난 76년 창립된 이 조각단체의 전회장인 고정수씨는 『구상조각은 추상조각과는 달리 쉽게 이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들이나 평론가들이 이론작업을 소홀히 해왔다』고 지적하고『그러나 요즘의 구상조각은 대상의 단순한 재현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상성을 추구하고있다』며 이론적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부터 격년제로 실시될 조각평론상은 구상조각에 대한미술논문과 평론 중에서 주목받을 만한 업적을 남긴 평론가를 선정, 부상 5백만원을 수여하고 저서출간을 지원한다.
지난 81년 원로미술평론가 이경성씨가 회갑기념으로 제정한 석남미술상도 올해부터 미술평론상을 아울러 시행한다. 이 미술상은 만35세 이하의 신진 평론가 및 지망생을 대상으로 우수한 미술평론을 선정, 외국연수나 여행을 통해 육성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83년까지 공간대상미술평론상을 실시해오다 중단했던「공간」(대표 장세양)도 올해부터 이 평론상을 다시 시행키로 했다. 자유주제로 미술평론을 공모해 신진미술평론가를 발굴·육성하자는 것.
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인 미술평론가는 모두 40여명 정도. 이는 최근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미술창작활동에 비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각종 미술전문잡지들은 심각한 필자난을 겪고 있다. 또 일부 이름 있는 미술평론가들이 각 장르를 넘나들며 난해한 용어로 깊이 있는 작품·작가연구가 결여된「주례사」적 비평을 남발하는 현상도 보여왔다.
미술평론가 이일씨(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는 『신진평론가를 적극적으로 발굴·육성한다는 것은 때늦은 감마저 있다』고 환영하면서 『앞으로 평론가도 장르별로 전문화되어 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창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