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농사 살찌우며 공단도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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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나라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한 충북 음성 지역이 중부고속도로가 지나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새로운 공업 중심도시로 발전키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음성군은 상고시대에는 진한의 땅이었으나 삼국시대에 고구려로 넘어가 내물현이라 불렸고 삼국통일과 함께 신라의 영토가 되었다.
음성이라 불린 것은 신라경덕왕 16년부터며 한때 괴산군 소속이었다가 조선고종 32년에 음성군으로 되었고 55년 그중 음성면이 읍으로 승격됐다.
차령산맥의 구릉을 따라 분지에 앉은 음성은 예부터 산수가 수려하고 곡창지대를 이뤄 그야말로 산자수명한 명읍이었다.
그러나 음성은 면에서 읍으로 승격된지 36년이 넘도록 남쪽으로 청주, 북으로 서울과 충주를 잇는 원활한 교통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뚜렷한 발전 없이 정체된 상태였다.
그러나 중부고속도로가 개통된 87년부터 야산과 구릉지가 많은 음성에 공장입주가 활발하고 창업공장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공업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87년 음성읍 평곡리에 2만평규모의 음성 농공단지가 들어선 것을 비롯, 삼성면에 이성농공단지(4만9천평), 89년에는 금우농공단지(4만2천평)가 생기면서 현재는 농공단지만도 3개소에 11만1천평이나 된다.
또 공업단지 조성도 활발히 추진돼 지난해말 완공된 대소면 대소공단(11만6천평)에는 16개 업체가 들어섰고 91년 착공한 소이면 소이공단(27만평)은 올 연말 완공을 눈앞에 두고있다.
이밖에 대풍공단(13만평)·삼성공단(9만5천평)을 만들기 위해 현재 입지 지정을 추진, 공업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공업화 추진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몫을 하고있다.
87년까지만해도 음성군내에 81개소에 불과하던 기업체가 최근 4∼5년 사이에 3백88개소로 늘어났고 새로운 공단이 완공되는 95년까지는 무려 6백여개 기업체가 입주할 전망이다.
또 음성군에 뿌려지는 연간 노임만도 5백여억원에 이르고 있다.
기업체가 늘면서 부족한 기능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공업전문대 설립추진도 활발하다.
감곡면 일대 3만여평에 세워지는 공업전문대에는 기계·요업학과 등 공업관련학과를 설치, 내년3월부터 신입생 4백여명을 뽑을 계획이다.
음성군은 음성읍을 중심으로 한 권역을 전자기계공업육성의 발판지로 삼고 금왕권역은 농수산물 유통산업의 요충지로 만들 계획이다.
특히 농특산물 유통 활성화를 위해 올해 삼성면 중부휴게소에 3억원을 들여 저장고(2백50평)와 판매소(50평)를 겸한 농특산물직판장을 설치한다.
이곳에는 음성에서 생산되는 고추·복숭아·수박·인삼 등 각종 특산물이 전시돼 판매된다.
고추는 음성의 특산물 가운데 가장 손꼽을 수 있는 자랑거리다.
색깔이 좋고 윤기가 흘러 좋기로 이름난 음성고추는 껍질이 두꺼워 가루가 많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농가에서 해마다 2천5백여t을 생산하는 고추는 성수기(8∼10월)를 맞춰 개설하는 음성읍내 고추시장에서 전국의 상인 등과 소비자들에게 팔려나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격폭락에 따른 농가보호를 위한 전문시장이 없는 것이 흠이다. 군은 이에 따라 올해부터 고추만을 직판하는 전문시장을 구공설운동장에 만들고 고추상권을 형성할 계획이다. 고추를 전국에 알리는 판촉활동도 활발하다.
해마다 10월에는 고추아가씨를 선발, 서울의 백화점이나 농협직판장에서 음성고추홍보를 하고 있다.
음성의 관광개발도 한창이다. 무극전적국민관광지와 연계한 삼형제저수지가 민자로 올해부터 개발된다.
삼형제저수지에는 낚시터 개발은 물론 주변에 자연휴양림·삼림욕장을 만들고 읍내뒤편에 자리잡은 수정산에 등산로를 갖춘 관광휴식시설이 들어선다.
또 소이면 충도리 일대에는 객실6백실 규모의 콘도미니엄 등 관광숙박시설이 들어서기 위해 현재 용도지역을 변경하고 있다.
이 지역 문화를 일구는 대표적인 향토축제는 설성문화제로 전통문화보존과 군민화합에 구심점이 되고 있다.
해마다 10월이면 차전놀이·거북놀이 등 전통민속행사와 백일장·궁도대회·민요경창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를 벌인다.
특히 거북놀이는 음성지방에 내려오는 독특한 민속행사로 손꼽힌다.
거북놀이는 수숫잎이나 볏짚을 엮어 거북을 만들고 농악대와 함께 집집마다 돌며 농신과 용신에게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민속놀이다.
또 하나의 전통민속행사인「백운산 기우제」는 한동안 잊혀졌다가 이병두씨(42)를 비롯한 주민40여명이 모여 90년부터 재현, 백운산이 있는 삼성면 양덕리에서 맥을 잇고 있다. 「백운산 기우제」는 가뭄을 해갈시켜 풍족한 물을 달라는 풍년 농사를 위한 무속신앙으로 내려오고 있다.
음성을 발전시키기 위한 문화활동도 각급 단체에서 활발하게 일고 있다.
음성문화원(원장 임광재·52)은 향토문화 발굴과 보존에 큰 몫을 하고 있다.
89년부터 음성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유적·전설·인물자료를 수집, 체계화시켜 향토 민속지를 펴내고 있다.
최근 3년동안 『문화유적』『우리고장의 전설』『우리고장의 인물』을 1천부씩 만들어 배포하는 등 향토문화를 살찌우고 있다.
향토사학연구와 문화유적발굴을 위해 89년에 발족한 음성향토연구회(회장 신경섭·50)회원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회원 l5명은 해마다 2∼3차례씩 문화재를 답사하고 탁본전시회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열고있다.
순수한 아마추어 회원들로 87년 발족한 음성문학회 (회장 유대준·59)는 매년 군내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백일장을 열고 회원20여명이 글을 모아 『음성문학지』를 발간, 고향발전을 위한 문화창달에 앞장서고 있다.
이웃사랑과 봉사에 앞강서고 있는 음성청년회의소 (회장 차원회·37)회원70여명은 20년째 지역사회발전과 군민화합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한국 BBS음성군지부(지부장 경명현·41)회원들은 불우청소년과 자매결연을 통해 청소년선도사업을 펴고 있으며 해병전우회(회장 전도근·49)회원들도 방범순찰대를 구성, 지역의 파수꾼으로 범죄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음성라이온스클럽(회장 반재성·61) 설성로터리클럽(회장 장영철·49) 음성와이즈맨클럽(회장 우영근·44) 회원들도 일하면서 불우이웃돕기에 앞장, 지역봉사에 힘쓰고 있다.
내 고장 인재육성을 위해 올해 처음 창립한 음성장학회(회장 차주원)는 기금 11억1천8백만원을 모았다.
장학재단은 신학기부터 인성군내 중·고·대학생 86명을 선발, 장학금 5천1백만원을 지급한다.
박홍규 음성군수는 『중부고속도로를 연계하는 공업도시화를 유도하고 고추·인삼 등 지역특산물을 개발, 소득과 지역개발이 조화된 살기 좋은 음성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동희 음성읍장은 『음성읍을 공업의 중심도시가 될 수 있도록 택지개발·도로개설·상수도확충 등 산업기반시설을 늘리는 사업을 벌이겠다』고 음성읍 개발계획을 밝힌다.
우선 상수도시설은 현재 하루 4천t을 8천t 공급 규모로 확장하기 위해 96년까지 충주댐의 물을 끌어들이는 광역화 사업을 벌인다.
환경공해를 막기 위해 사업비 1백억원을 투입, 하루 1만t을 처리할 수 있는 하수종말처리장을 95년까지 설치, 음성읍에서 쏟아지는 생활 하수를 처리한다.
도로망은 음성읍을 중심으로 신천∼삼룡간 10㎞를 확·포장하고 읍에서 서울로 뚫리는 우회도로 1.2㎞구간을 올해 확·포장한다.
음성읍은 또 읍내리를 중심으로 한 7.5평방m에 대해 용도지역을 변경하는 등 공업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부터 내년까지 도시계획을 재정비할 방침이다.
음성읍은 구공설운동장을 개발, 농산물판매장 등 상권지역으로 형성하고 노인 및 부녀복지센터 건립 등 복지시설도 함께 만들 계획이다.
읍민들의 휴식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음성문화예술문화회관을 건립하고 여성들의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여성회관도 세우기로 했다.
또 읍내리 음성교와 수정교를 잇는 하천부지 1천여평에 주차장을 마련, 읍중심지역에서 이뤄지는 교통체증현상을 해소한다.
서민들의 주택마련 기회를 주기 위해 올해부터 94년까지 음성문화택지지구로 2만평을 개발한다.【글=김현수 기자 사진=임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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