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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탄생 100주년|재조명 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올해로 탄생 1백주년을 맞는 춘원 이광수에 대한 재조명작업이 활발하다.
문예지들이 춘원의 문학과 삶을 여러 각도에서 연구한 특집을 마련하는가 하면 유족을 중심으로 춘원의 문학을 기리는 사람들이 기념관을 설립하고 전집을 새로이 펴내는 등 춘원탄생 1백주년 기념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또 각 문학연구단체 및 문인단체들은 세미나·심포지엄 형식 등으로 춘원의 문학을 짚고 넘어갈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1917년 한국최초의 근대장편소설로 기록되는『무정』을 발표, 한국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춘원은「한국의 톨스토이」등 대 문호로 칭송 받는가 하면 일제 말 일본에 동조하는 글과 행동으로「일제동조자」로 매도되는 등 우리 문학, 나아가 우리의 불행했던 근·현대사의 영광과 상처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때문에 춘원의 문학과 삶에 대한 논의는 곧바로 우리의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연결된다.
최근 나온『문학사상』2월 호는 특집으로「춘원문학의 어제와 오늘」을 실었다. 김윤식·이재선·서영채·권영민씨 등 문학연구가들의 연구논문 4편으로 춘원을 재조명한 이 특집에서 권씨는「춘원문학을 향한 열 아홉 개의 화살」을 통해 남북문단에서 지금까지 춘원에 가해진 중요한 논의들을 묶고 있어 주목된다.
권씨의 이 글에 따르면 춘원문학에 가해진 비판은 일제하라는 시대상황에 그의 소설들이 부응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다.
이같은 맥락에서 김현도 1977년 발표한 「이광수 문학의 전반적 검토」란 평론에서『초기의 그는 구 가족 제도의 모순을 모순으로 인지한 마지막 개화세대에 속하며, 정치배제의 친 체제적 성격은 그 다음세대의 극복대상』이라며『만지면 만질수록 그 증세가 덧나는 한국현대문학사의 상처』로 봤다.
한편 춘원에 대한 찬사 역시 시대 상황과 연결돼 나옴을 볼 수 있다. 백 철은 1972년 나온『국문학전사』에서『춘원은 문명비평가인 동시에 하나의 사상가였다. 기독교·불교·고대민족사에서 나온 사상과 문명비평의식이 그의 작품 속에 그대로 들어와 그를 대작가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한편「친일·반동작가」로 호되게 비판하며 소외시켰던 북한에서도 춘원은 최근「복권」된 것으로 드러났다. 1988년 출간된 이동수의『우리나라 비판적 사실주의 문학연구』에서 춘원이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출간된 『현대조선문학선집』에 춘원의 초기작품이 실렸다. 이와 같이 춘원에 대한 평가는 순수문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근대소설의 개척자로 일치를 보이고 있지만 시대와 연관된 삶의 측면에서는「매도」와「인정」으로 엇갈리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나는 죄인./…/소화에 절한 더러운 몸이언마는/…/7월17일 헌법공포 식 중계방송 듣고/흘린 감격의 눈물로 먹을 갈아/사는 날까지 조국 찬양의 노래를 쓰련다./그리고 독립국 자유민으로 눈감으련다』고 1948년 제헌절 직후 참회의 시를 썼던 춘원은 6·25직후 납북돼 1950년 북한에서 숨졌다. 불행했던 근·현대사의 상처 드러내기일지라도 탄생 1백주년을 맞아, 특히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춘원은 어떻게든 넘어야 할 산이므로 그에 대한 재평가 작업은 활발히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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