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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본래의미 흐린 "말장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아들·딸을 시집·장가보내는 우리의 어머니들은 어떤 모습일까.
시가 쪽으로 폐백을 드리러 가면서 친정식구와 헤어지는 슬픔을 나타내지 않았다며 머리를 싸매고 드러눕고, 사돈 될 두 사람이 결혼식장에서 서로 눈인사를 했느니 안 했느니 전화로 티격태격할까.
신혼여행간 아들이 처가에 먼저 전화했다고 댓바람에「병신」이라고 고함지르는가.
이런 내용이 담긴 드라마가 한국갤럽 조사에서 전례 없이 5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화제가 무성하다.
이 어머니들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인간대사인 자녀들의 결혼을 놓고 우리어머니들은 이렇게 「모자라는」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MBC-TV의 『사랑이 뭐 길래』(김수현 작)는 그래서 그만한 인기에 값할 수 있는 작품인지, 안방을 그렇게 차지해도 좋은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작가는 물론 그같은 내용을 구성하면서 빠져나갈 길, 아니 오히려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다.
동창인 두 어머니가 갈등관계에 있으며 자녀들의 결혼을 통해 그 갈등이 심화된다 든 가, 자식들을 잃어버리는 심한 상실감에 시달린다 든 가 하는 전제들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사랑이 뭐 길래』에서 보이는 두 가정의 결혼을 둘러싼 소동은 코믹의 단계를 넘어서 결혼의 순결과 의미를 훼손시킨다는 느낌을 주고 있으며 그래서 보통의 어머니들은「재미있기는 한데 저래서야」하며 다소 모욕감을 느낄 정도가 되었다.
물론 작가는 아주 섬세한 감성을 지닌 두 중년여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로서의 그같은 전개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극장에서 보는 1회 성 영화가 아니고 오랫동안 안방에 비춰질 TV드라마라면 작가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
『사랑이 뭐 길래』는 작가의 뛰어난 코믹터치로 지금까지는 우리 어머니들로 하여금 큰 저항을 느끼지 않고 웃을 수 있게 했다.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특별한 변화가 없이 인기가 있다고 해서 흔히 TV드라마가 그렇듯 연장에 연장을 거듭해서는 안될 것 같다. 이미 조금은 식상한 시청자가 있다고 본다면 작품의 성공을 위해서도 맺을 때는 맺어야 한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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