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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자연조건] 연평균 기온 영하 23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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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 - 남극. 그러나 이곳에도 계절이 있습니다. 지금(지난해 11월) 이곳은 달력으로는 초여름이지만 해수 온도는 여전히 한겨울 평년치인 영하 1.8도이며, 바람이 잠들자 바다 표면은 어느새 얼어붙었습니다. 비록 춥기는 하지만 남극의 때묻지 않은 자연은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

지난해 1년간 세종기지에서 활동한 15차 월동대 정호성 대장이 인터넷 홈페이지(http://sejong.kordi.re.kr)에 올린 글이다.

남극은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혹독한 자연조건을 가졌다. 연평균 기온이 영하 23도. 특히 겨울철(6~8월)에는 하루종일 캄캄한 데다 체감기온이 영하 40~50도까지 떨어지고 초속 40m가 넘는 강풍이 분다. 월동대원들은 영하 2도의 바닷물이 피부에 닿으면 마치 쇠망치로 때리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고 회고한다. 1996년 월동대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해양연구원 강성호 박사는 "갑작스러운 돌풍과 안개.유빙이 몰아닥쳐 연구활동 중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가혹한 자연환경 때문에 이곳에 서식하는 동물은 물개류와 펭귄.가마우지.갈매기 등에 불과하다. 식물도 이끼류뿐이고 나무는 찾아볼 수 없다.

남극이 세계 각국의 주목을 끄는 이유는 개발되지 않은 지하자원과 천혜의 연구 여건 때문이다. 남극은 2억년 전 원시 대륙이 갈라지면서 생성돼 대륙의 98%가 평균 두께 2천1백60m의 빙원으로 덮여 있다. 얼음층이 차곡차곡 쌓여 지구환경의 변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살아있는 역사책'인 셈이다. 속이 빈 파이프를 수㎞ 얼음층 밑으로 꼽으면 연대별 얼음의 성분을 측정할 수 있다. 얼음이 만들어질 때 갇힌 공기를 분석하면 당시의 기후를 추정할 수도 있다. 러시아의 보스토크 기지는 42만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구 기후가 네차례 변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남극의 과학적 중요성은 지구 환경의 변화를 민감하게 나타낸다는 점이다. 실제 세종기지 주변의 대기 온도는 지난 27년간 약 섭씨 1도가 상승했으며 해안 빙벽이 급속도로 무너져 전 세계의 해수면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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